요란했던 ‘이선균 마약 사건’ 수사… 마무리는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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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수사·내사자 11명 가운데 5명만 검찰 송치
경찰 수사과정 공개 브리핑 관련 비판 여론 높아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2 13:18:09

▲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던 배우 이선균씨가 사망 나흘 전 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화배우 이선균씨 등 유명인들의 마약 의혹 수사가 22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수사기관은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을 종결하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게 보통이지만 많은 비판이 제기된 이번 사건 수사는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다.

이른바 ‘이선균 마약 사건’은 지난해 10월 중순 한 지역 일간지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경찰이 마약 관련 혐의로 이 씨뿐만 아니라 재벌가 3세 등 모두 8명을 입건 전 내사하거나 형사 입건하면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명 가수 지드래곤(36·본명 권지용) 등 2명이 수사선상에 추가됐고, 배우 이씨를 협박해 5000만 원을 뜯은 영화배우 출신 20대 여성도 지난해 12월 뒤늦게 검거되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모두 11명으로 확대됐다.

톱스타급 배우와 가수가 마약 의혹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자 경찰은 일부 내용을 서면 브리핑 형태로 언론에 알리는 등 떠들썩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씨와 권 씨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마약 검사에서 잇따라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경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권씨는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씨도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주요 인물 2명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경찰은 “물증도 없이 생사람을 잡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이 씨는 숨지기 전 변호인을 통해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3차례나 포토라인에 서야만 했다.

이번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11명 가운데 경찰이 검찰에 넘긴 피의자는 최종 5명이었다. 마약 투약 혐의와 함께 이 씨로부터 3억 원을 뜯은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여실장과 이 여실장에게 마약을 건넨 의사 등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여실장을 비롯해 의사와 이씨 협박범 등 3명을 기소했고, 나머지는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넘겼다.

경찰은 수사선상에 올랐던 6명의 처분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진행하는 수사는 현재 없다”면서 “나머지 수사 대상자 6명의 수사 결과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지검에 송치되지 않은 6명 가운데 재벌가 3세는 다른 지역 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고, 나머지 중 일부는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 마약 사건’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자 경찰의 성급하고 허술한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수사기관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면 그동안 관례대로 떠들썩하게 언론 브리핑을 했을 것”이라며 “무죄 추정 원칙과 국민 알 권리 사이에서 수사기관의 사건 공개 기준이 다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