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이 본격 도입된 지 약 한 달이 지나자 문제점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두 명의 가사관리사가 서울 숙소를 무단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가 이들의 이탈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곧바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물론 가사관리사들의 불만 사항을 고려해 반영한 것이다. 이에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소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 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8월 입국했다. 당시 100명이 입국해 아이 돌보미로 근무하던 중 2명이 지난 추석 연휴에 숙소를 이탈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은 4일 부산 연제구 한 숙박업소에서 법무부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와 경찰의 합동으로 검거됐다. 이들은 불법취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근무조건에 대한 가사관리사들의 불만 사항을 파악해 급여 지급방식을 바꾸는 등 개선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개선안 주요 내용을 보면 △급여 지급방식 선택제(월 1회 또는 2회) △이동 거리·시간 최소화 배치 △밤 10시 귀가 확인 폐지 △시범사업 종료 후 심사를 거쳐 체류 기간 연장(3년 이내) 추진 등이다.
시범사업 실시 한 달 만에 2명의 가사관리사 이탈을 계기로 앞으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급여를 매달 10일·20일에 분할해 받는 등 애초 규정보다 훨씬 우호적인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됐다. 우려되는 바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가사관리사들의 이탈이나 불만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업 초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142가정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98명이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가사관리사는 2명이 이탈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던 한국 가정 중에서 24가정이 중도 취소를 하고 51가정이 새로 신청해서 이용 중이다. 중도에 취소하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 이유도 살펴봐야 한다. 현장의 니즈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는 최저임금 적용이다. 이미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홍콩·대만·싱가포르의 제도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국내에서는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에게 적용되는 임금은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과 4대 보험 가입비용 등 포함해서 하루 8시간 주 5일 이용 시 월 230만 원 정도가 된다. 올해 2월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월평균 급여가 353만 원이다. 일반 가정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하루 8시간 주 5일 쓰려면 월 급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의 가사관리사 시간당 평균 임금을 보면 홍콩 2797원·대만 2472원·싱가포르 1721원이다. 시간당 1만3700원을 부담하는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보다 약 5~8배 높다.
이번 시범 사업의 목적은 아이돌봄과 가사일 일부를 담당하는 가사관리사를 도입함으로써 아이 키우는 가정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이는 물론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라는 충격적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적했듯이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내년 1200명 규모의 본사업 실시 전 가사관리사의 불만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국내 가정의 니즈도 충분히 파악해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