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순자산보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격이 낮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업의 순자산이 1000억 원인데 시가총액이 500억 원이라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다. 장부상 순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가 이처럼 시장 평가가 낮은 기업 151곳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저PBR 기업 공표제도’를 시행하고 코스피 96곳과 코스닥 55곳 등 총 151곳의 명단을 2일 발표한다. 선정 기업은 상장공시시스템(KIND)의 밸류업 페이지에 내년 5월 4일 차기 공표 전날까지 공개한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도 ‘저PBR’표시를 도입한다. 표시 시점과 방식은 증권사마다 다르다.
이번 제도는 3월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장기간 낮은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눠도 구할 수 있다. 순자산은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회계상 자기자본이다.
PBR이 1배라면 시가총액과 순자산이 같다는 의미다. 1배보다 높으면 시장이 순자산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1배보다 낮으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가령 PBR이 0.3배라면 순자산 1억 원당 시장에서 3000만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PBR이 1배 미만이라고 반드시 투자하기 좋은 저평가 주식은 아니다. 적자가 지속되거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 보유 자산의 실제 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은 기업도 PBR이 낮을 수 있다. 순자산이 많더라도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적으면 시장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
3년간 PBR 하위권 기업에 주요 상장사 포함
거래소의 저PBR 기업 선정 기준도 단순히 PBR 1배 미만은 아니다. 최근 3년간 시장과 업종별로 PBR이 지속적으로 하위권에 머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거래소는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상장기업을 11개 업종으로 나누고,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7개 반기 중 6개 반기에서 코스피는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을 선정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 등을 제외한 2431곳을 분석한 결과, 185곳이 요건을 충족했다. 이 가운데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34곳을 제외해 최종 151곳을 선정했다.
명단에는 이마트(PBR 0.15배), 롯데쇼핑(0.17배), 롯데케미칼(0.18배), 현대제철(0.19배) 등이 포함됐다. 금융업종에서는 한화생명(0.27배), 현대차증권(0.31배), DB증권(0.33배), 흥국화재(0.20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는 코스피에서 소재 기업이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 22곳, 자유소비재 18곳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정보기술 17곳, 산업재와 헬스케어가 각각 10곳이었다.
거래소는 내년부터 공표 대상 151곳 모두에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저평가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목표와 실행계획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를 촉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과 이행점검을 추진한다.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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