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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좌경 세력 동화가 체제 안정의 분기점
좌경 세력이란 좌익은 아니지만 좌측으로 기울어진 세력을 말하는데, 좌경 세력 중에도 반대세 좌익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에 크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에도 비록 사상적으로는 좌익이 아니었으나 북한군에 적극 협조해 완장을 차고 다니며 우익 학살 등에 앞장선 부역자들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좌익세력은 노선을 사회주의로 명확히 하고 추종한다는 점에서 좌경 세력과는 개념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좌경이란 사회주의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좌로 기울어져(left leaning) 있다는 의미다. 좌경 세력은 좌측으로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좌익세력과 구별된다. 좌경 세력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 즉 자본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을 인정하지만 비호감을 가지고 은근히 국가의 정통성과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좌익보다 좌경이 더 위험한 이유
대한민국의 붕괴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지향하는 소수의 좌익도 위험하지만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경 세력이 대한민국 체제에 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좌익세력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규제하기도 곤란하다.
이들은 또한 사상적으로 모호한 특성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긍정하기 때문에 대세(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되지만 일부는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될 수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대세인 것 같지만 반대세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세의 후원 세력이 되기도 하고, 반대세가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포장이나 위장 도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좌익세력도 위험하지만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경 세력이 대한민국 체제에 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나 대한민국에도 문제가 없지 않고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허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비판이 국민에게 더 쉽게 수용될 수도 있다. 이들은 좌익세력의 선동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여 감정을 폭발시키는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좌경 세력은 좌익세력을 민주인사·양심수 등으로 둔갑시켜 일반 국민에게 반대한민국 세력이 아닌 것으로 오인케 할 소지가 크다. 이들은 인권·민족 등의 명분으로 좌익세력의 반국가활동을 은근히 후원하거나 정부나 우익세력에 대해 비판을 가함으로써 좌익세력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좌경 세력은 동화시켜야 할 대상
좌익세력이 불씨라면 좌경 세력은 대중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달리 표현하면 좌익의 핵심 사상을 대중에 전달하는 인전대(引傳帶·동력을 전달하는 벨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좌익세력과 좌경 세력을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고, 좌경 세력이 더 위험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좌경 세력은 좌익세력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체제·국가·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좌경 세력이나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도 온당하지 못하다. 일반 국민도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면서도 얼마든지 자본주의 체제나 대한민국의 문제점, 그리고 정부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익세력은 다수가 척결 대상이지만 좌경 세력은 대부분 척결 대상이 아니라 동화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좌경 세력을 얼마나 많이 동화시켜 대한민국 긍정 세력을 넘어 대한민국 수호 세력으로 만들어 가느냐가 대한민국 체제의 안정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안 되고, 사명감을 지닌 대한민국 세력과 우익·우경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해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그들을 동화시킬 수 있도록 건전한 인성·사상·역사 교육 등을 통해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파·좌파’ 개념의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는 ‘우파·좌파’가 국민의 사상 성향을 그룹화하는 개념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진보’뿐 아니라 우파·좌파의 개념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우파·좌파’의 구분은 그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 일반 국민에게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여만 명 중 좌파의 규모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고 물어보면 응답자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응답자 개인의 관점에 따라 2000만 명 이상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천 명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개념적 편차는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 내에 불필요한 사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좌파는 2000만 명 이상이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좌파는 몇 천 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간에는 엄연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사상 갈등이나 좌파 척결을 둘러싼 처방전의 차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척결 대상인 좌파를 몇 백만 명·몇 천만 명이라고 한다면 좌파 척결은 곤란할 뿐 아니라 상당한 후유증과 후폭풍을 동반할 수 있다. 좌파라는 것은 그 안에 척결 대상인 좌익뿐 아니라 순화 대상인 좌경 세력이나 이른바 건전한 ‘진보 세력’도 포함될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세력은 국가 수호 세력
칼은 각각 용도에 맞게 여러 가지로 만들어져 있다. 면도칼과 식칼이 다르고,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이 다르다. 칼 하나로 소도 잡고 닭도 잡고 면도도 할 수는 없다. 용어도 마찬가지다. 대세와 반대세라는 용어의 프레임은 매우 유용하지만 장점과 함께 단점, 즉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이 프레임의 장단점을 잘 알아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세와 반대세의 프레임엔 어떤 장점이 있을까. 국민의 성향을 우익과 좌익,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 사상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느냐(대세) 부정하느냐(반대세)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우익 대 좌익의 프레임과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사회주의의 프레임은 상당한 사상적 이해도가 있어야 하는 반면 대세·반대세는 사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반대한민국 세력·반체제 세력으로부터 ‘색깔론’ ‘극우’라는 공세의 프레임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우익·우경 세력은 좌익·좌경 세력을 비판할 때 “빨갱이다” “간첩이다” 등 사상 공세를 하곤 했는데, 그러다가 “극우세력이다” “색깔론이다” 등의 역공을 당하기 쉽다.
그러나 대한민국 세력 대 반대한민국 세력의 프레임은 우리의 국가 대한민국을 허무느냐 수호하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좌익세력이 대한민국 수호 세력을 향해 사상적 공세를 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것은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세력에게는 상당히 유리하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에게는 매우 불리한 프레임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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