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매력 없는 청약통장의 추락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8 00:02:30

우리나라 주택청약제도는 1977년 도입 이래 무주택자와 주거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주거 마련을 돕고 분양시장 활성화와 경기 조절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청약제도는 잦은 개편과 함께 실수요자를 외면하면서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매력 없어진 청약통장은 이제 점차 내 집 마련 수단으로서의 위상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청약저축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금리를 3.1%로 인상하고 공공분양 당첨 시 인정되는 납입액을 월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에도 청약통장 가입자는 여전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의 최고치인 약 2859만 명에서 27개월 연속 감소하여 올해 9월 말에는 2679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청약통장이 더는 현실적인 내 집 마련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지표다.

청약통장이 매력을 잃는 이유는 분양시장의 운영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분양 물량이 가점제로 공급되고,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청년층의 당첨 확률은 매우 낮다. 여기에 더해 높은 분양가와 경쟁률이 겹쳐 내 집 마련은 꿈처럼 멀어지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청약저축 자금은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재원이 되며 이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 도시 재생 사업,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다양한 주거복지 사업이 추진된다.

청약저축 자금이 줄어들면 정부의 기금 운용 여력이 감소해 결국 주거복지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가입자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친 개편 때문이다. 도입 이래 청약제도는 무려 170회나 개정되었고 이는 연평균 약 3회에 달하는 개편 횟수다. 제도가 상황에 맞게 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개편은 제도의 일관성을 떨어뜨려 실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청년층을 위한 특별공급 범위도 확대되었지만 이마저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젊은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청약제도는 그 본래 목적에 충실해 실수요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구매가 절실한 실수요자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무주택자나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어 주택시장의 투기와 불균형을 막아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모두가 안심하고 주거를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입자 감소와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청약제도는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취지를 되찾기 위해 청약제도는 유연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집을 소유하는 것은 거주자에게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준다고 한다. 청약제도가 본래의 목표를 되찾아 사람들에게 꿈꾸는 집을 소유할 수 있는 희망을 다시 줄 수 있어야 한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