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피해진 ‘정년 연장’ 유연한 적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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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 정년 연장은 청년층 고용 기회 빼앗을 수도
일본은 기업 자율로 고령 근로자 고용 방식 선택
정부의 일방적 정책 아닌 노·사·정 합의 이끌어 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9 00:02:01

정년 연장 논의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현실화되면서 노년층 고용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가 일부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대구시도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학 노조에서도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청년층 고용 문제 등 다른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임박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050년에는 이 비율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정책들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우선 고령층 고용을 늘리면 고용률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은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 수가 증가할 때 청년 고용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들이 정년 연장으로 고임금의 장년층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어 청년층의 고용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불만을 초래해 자칫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정년을 법적으로 60세로 유지하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령 근로자의 고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퇴직 후 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 등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운영하도록 했다. 이는 기업의 고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 고령층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유연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접근법이다.

또한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이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실제 생산성과 맞지 않게 높아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청년층의 신규 채용 여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성과와 직무에 따른 임금제를 도입하여 연공서열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고령 근로자 고용 촉진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으나 민간 부문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정년 연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이 마련되어야 고령 근로자가 실제로 은퇴할 때까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지원하고 공공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연장해 주는 것을 넘어선 문제이다. 이를 통해 노인 부양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 근로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연장보다는 청년층 고용 기회를 보장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일방적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노·사·정이 함께 협력하여 정년 연장과 고용 연장의 방향을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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