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여자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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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여자대학의 위기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06:30:55

▲ 동덕여자대학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이 벗어 둔 학과 점퍼들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여성에게 학위를 수여한 세계 최초의 대학은 1836년 개교한 미국 조지아 여자대학(현 웨슬리언 대학)이다. 1843년 감리교회에 가입하면서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의 이름을 따 웨슬리언 여대로 교명을 바꾸었고 1917년 ‘여자’를 빼면서 현재의 교명이 됐다.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이 거턴 칼리지라는 여자대학을 설립한 것은 1869년이다. 거턴 컬리지는 100년 넘게 여성 교육을 선도하다가 1977년부터 남학생을 받아들였다. 유럽 대륙에는 여대가 아예 없다.

미국 7대 명문 여대로 불리는 속칭 ‘세븐 시스터즈’가 문을 연 것도 19세기 후반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웰즐리 칼리지다. 교수 한 명이 평균 8명의 학생을 가르치며 여성 지도자 육성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선장인 파멜라 멜로이 등을 배출했다.

웰즐리처럼 명문의 전통을 잇는 곳도 있지만 사라진 여대도 적지 않다. 배서 칼리지(1969년)·하버드대에 합병된 래드클리프 칼리지(1977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험생들이 남녀공학을 선호하면서 1998년 98개였던 여대는 2021년 75개로 줄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서 큰 차이가 없다. 1979년 수도여자 사범대학이 세종대로 전환한 데 이어 1995년 성심여대(가톨릭대)와 효성여대(대구 가톨릭대)가 남녀공학이 되었다. 이어 상명여대(1996년)와 부산여대(1997년)가 남녀공학이 되며 교명을 바꿨다. 하지만 남녀공학에서 여대로 바뀐 경우는 한 건도 없다.

국내에는 현재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 7곳이 4년제 여대로 남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시도가 우려된다. 덕성·성신여대는 몇해 전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남녀공학 전환을 포기했다. 개교 74년된 동덕여대는 ‘남녀공학 추진설’이 퍼지면서 점거 농성과 수업 거부 등 격렬한 시위에 부딪혀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학생들의 공학 반대율이 99.9%에 달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대학 본부 사이 치닫던 갈등은 보름여 만에 일단 소강상태다. 언제 또 고개를 들지 모른다.

2000년대 들어 남녀공학 전환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 몇몇 사례를 살펴본 결과 학내 구성원의 반대가 크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대학 측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상호 신뢰와 합의가 최우선이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