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길의 외침] 중국공산당의 새 통일전선공작 ‘초한전(超限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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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문화·사회 망라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양상
타깃 국가의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
디지털시대 맞아 소셜미디어·여론 조작 통해 중국화 도모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8 16:17:21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전략은 전통적인 군사적 충돌을 넘어 정치·경제·문화·사회를 망라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러한 전략은 소셜미디어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더욱 정교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통일전선공작’과 ‘초한전(超限戰)’ 개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양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초한전의 이론적 근거

초한전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두 장교, 차오량(乔良)과 왕샹수이(王湘穗)가 1999년 발표한 책 ‘초한전(超限战)’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이는 전쟁의 범위를 기존의 군사적 충돌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경제·외교·심리전·사이버전·미디어 그리고 문화까지 확장한 형태의 ‘무제한 전쟁’을 뜻한다. 초한전은 클라우제비츠의 절대전쟁 이론, 손자병법의 전략 사상, 마오쩌둥의 인민전쟁 그리고 그람시의 진지론에서 영향을 받아 타깃 국가의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 시대의 초한전: 소셜미디어와 여론 조작

초한전의 전략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은 소셜 미디어·가짜 뉴스·사이버 공격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타깃 국가의 여론과 정치적 안정성을 교란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50센트당(50 Cent Party)’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반중 정서를 억제하며, 친중 정서를 확산시키는 데 관여한다. 수천 명의 댓글 작성자와 온라인봇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특정 이슈에 대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대량 유포해 혼란을 조장한다.

또한, 중국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타깃 국가의 주요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를 훼손하거나 탈취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2015년 미국 연방 인사관리국(OPM) 해킹 사건은 중국 정부가 배후로 지목된 대표적인 사례로, 수백만 명의 민감한 정보가 탈취되었다.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초한전의 일환으로, 디지털 전선에서의 무기화된 전략이다.

클라이브 해밀턴: 중국의 전략에 경종을 울리다

호주의 학자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중국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전략을 폭로한 대표적 학자다. 그는 찰스스터트 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 공공윤리학 교수로 정치철학·환경문제 그리고 중국의 대외 공작 활동을 깊이 연구했다. 그의 저서 ‘Silent Invasion’은 중국공산당이 호주 내에서 학계·정치계·경제계·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폭로했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의 전략을 ‘조용한 침략’으로 표현하며, 이는 단순히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임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자금과 로비 활동이 민주주의 국가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RAND Corporation의 연구와 분석

미국의 랜드 코퍼레이션은 초한전과 유사한 중국공산당의 대외 전략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하는 연구 기관이다. RAND는 비영리 싱크탱크로 국제 관계·국방 정책·기술·사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RAND의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포함한 대외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며, 중국의 경제적 투자가 단순한 개발 원조를 넘어 전략적 영향력 확대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RAND는 통일전선공작부가 초한전의 일환으로 해외 중국인 커뮤니티·유학생 네트워크·비즈니스 로비스트를 활용해 타깃 국가의 정책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한전의 현실적 적용과 사례

중국 공산당은 통일전선공작을 통해 타깃 국가 내 여론 조작·가짜 뉴스 생산·친중 단체 활용·로비 활동 등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학생 및 현지 교포 네트워크를 통해 타깃 국가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친중 정서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학문적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 유학생 단체들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 조직적으로 친중 집회를 열거나, 반중 교수 및 학생들을 협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대일로와 초한전의 결합

중국의 일대일로는 경제적 프로젝트로 포장된 전략적 영향력 확대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정치적·경제적 종속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주요 파트너국은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중국에 유리한 정책을 수용하도록 압력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초한전의 경제적 전선에서의 실행이라 볼 수 있다.

초한전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

초한전은 단순히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중국의 전략이다. 이 전략은 타깃 국가의 민주주의와 독립성을 위협하며, 국제 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초한전은 가짜 뉴스·소셜 미디어 조작·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더욱 은밀하고 치명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은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과 초한전의 위협을 경시하지 말고,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초한전에 대한 경각심과 구체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최무길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