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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컬렉션을 대표하는 명품 1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11일부터 7월26일까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진행하는 특별전 ‘호림명보(湖林名寶)’는 한국 미술사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전통 문화예술을 사랑한 호림 선생의 정신을 엿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둥근 연못 위로 연잎과 연꽃·물고기가 겹치고 물리고 포개진다. 회갈색의 바탕흙 위를 두껍게 칠한 유약은 수수한 듯하나 섬세하다. 조선 전기 분청사기 편병(扁甁·자라 모양으로 만든 병)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이다.
1974년 국보로 지정된 이 편병은 기업가 호림(湖林) 윤장섭(1922∼2016)이 소장한 문화유산 중에서도 이름난 작품이다.
윤장섭 선생이 평생에 걸쳐 모은 유물과 기금을 바탕으로 1982년 설립된 호림박물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 박물관이다. 현재 △국보 8건 △보물 54건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11건을 포함해 문화유산 1만9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이번 특별전은 2006년 열린 ‘국보전(國寶展)’ 이후 19년 만에 박물관이 소장한 명보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1974년 국보로 지정된 분청사기 편병을 시작으로 1984년 국보에 오른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와 보물 ‘백자 반합’ 등 주요 유물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은 닥종이에 불교 경전인 묘법연화경을 옮긴 고려 사경(寫經·경전을 베껴 쓰는 작업)으로, 1971년 윤장섭 선생이 일본에서 되찾아왔다. 이 유물은 세종 25년(1443)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백자 병형 주전자’는 최근 국보로 지정된 유물로 1990~2000년대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풍만한 몸체에 가늘고 작은 아가리·굵은 손잡이가 특징으로 왕실용 고급 자기를 생산하던 조선시대 가마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조선 전기 불화인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두 점은 나란히 전시돼 있어 시대를 아우르는 불교 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전시 말미에는 2014년 보물로 지정된 불경 ‘초조본 불정최승다라니경’을 비롯해 2010년대 지정된 보물과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그림 7폭을 모아놓은 사계산수화첩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정 문화유산 못지않게 예술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보물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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