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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 개편을 핵심으로 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전격 철회하며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예고로 조직 개편 논의가 정국 전반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커지자 정면 돌파 대신 핵심 정책을 뒤로 미루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됐던 조직 개편 구상은 사실상 부분 백지화로 선회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금융소비자원 설립 등 주요 개편 내용을 정부조직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당초 여당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재편하는 대규모 개편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 추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면서 정국이 급변했다.
금융권과 소비자단체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했다. 금융감독 권한을 재편하고 새로운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정은 논란이 큰 사안을 모두 제외하고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되면 국정 운영이 장기 교착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위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 논란이 큰 사안은 후속 과제로 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정책 기능의 재정경제부 이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화,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설립 등은 모두 중단됐다. 당정은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해 핵심 공약을 일단 보류하는 현실적 선택을 택했으며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도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공방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닌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평가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은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좌우하는 핵심 입법으로 야당과의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정국 주도권이 여당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여당은 핵심 개편안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조직법을 합의 처리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대립 구도를 완화하고 협치 기반을 마련하려는 정치적 타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핵심 국정 과제가 좌초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금융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원 신설을 통해 시장 감시 기능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정치적 현실과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계획을 철회하며 정책 추진 방향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과의 충돌로 법안이 전면 무산되는 것보다 핵심만 후퇴시키는 것이 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재추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주당 정책위는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혀 금융소비자원 설립 등 핵심 과제가 다시 논의될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이번 결정이 정치 일정과 정국 구도에 따라 재차 변경될 수 있어 금융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날 회의는 전날부터 이어진 긴급 조율 끝에 결론이 났다. 강 비서실장은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에게 이번 결정을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이번 조치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야당은 “핵심 공약 후퇴이자 정책 백지화”라고 비판했으며 여당은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금융감독 개편을 뒤로 미룬 채 당면 과제를 우선한 이번 결정이 향후 정국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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