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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방송인 김어준 씨를 가수 김호중 씨로 오인하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방첩사 내부의 체포 대상자 명단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용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과 관련한 절차의 부실함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명단에 김어준 씨가 있었는데, 비상계엄 다음 날인 12월 4일 오후까지 방첩사 요원들이 그를 가수 김호중 씨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구두로 전달하는 과정이 많아 내가 말을 잘못했는지, 누가 잘못 받아 적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요원들이 ‘이 사람이 누구냐’며 현장에서 인터넷을 찾아볼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단, 명단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로 엉성하게 돌아다니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단장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의장인지도 몰랐다”고 덧붙이며 조직 내부 소통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비슷한 정황은 과거 다른 공판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구민회 전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전체 명단을 갖고 있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13명을 먼저 정리했는데, 이때 김어준 씨는 빠져 있었고 요원들은 그를 김호중으로 기록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수사단장의 확인 과정에서 김어준 씨가 포함된 14명 최종 명단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의 증언은 변호인단이 특검 측이 제시한 ‘체포 대상자 명단’의 신뢰성을 탄핵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변호인단은 “허술한 명단을 토대로 한 체포 지시는 구체적 내란 실행 계획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변호인단은 여 전 사령관에게 “12월4일 19시경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의 이름을 메모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했고, 여 전 사령관은 이를 인정했다.
체포 대상자 구성과 전달 과정에서의 혼선이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12·3 비상계엄 당시 군 내부의 준비 상태가 ‘정교한 계획’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방첩사 내부 인사의 증언이 재판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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