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맞는 노동 시간의 유연화가 요청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에 ‘초광역권 전략산업 특구’를 지정하는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하며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여부를 두고 숙의에 들어갔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반도체·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법안이다. 인허가 절차 단축, 320여 개의 규제 특례 적용, 재정·금융·세제 지원 등이 담겨 있다. 또한 연봉 상위 3% 이내 연구개발(R&D)직 등 고소득·연구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사 합의 시 주 52시간제 예외(White-collar exemption 등)를 적용하는 특례를 담았다.
이와 함께 노동계 반발을 고려해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 확대 등의 노동 특례를 뺀 법안을 추가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사정이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 입법으로 결론을 선점하려 한다며 ‘노동 개악’이자 사회적 대화를 무력화하는 행태라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인지히지 못하고 있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통적 직무의 인력은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반면에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거버넌스 전문가, AI 데이터 큐레이터, 온디바이스 AI 엔지니어 등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AI 융합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기업들의 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설비투자의 굴레'에 갇혀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 52시간제라는 추가적인 규제로 인해 글로벌 AI 및 반도체 기술 전쟁이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 52시간제 등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는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제도(주 52시간제)는 반도체 산업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주요 5개국(G5) 그리고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경직적이다.
영국과 독일은 일정 기간 평균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활용해 근로 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근로시간 상한보다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중심으로 규율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동시에 적용하는 이중·삼중으로 규제한다.
미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를 받는 관리직·전문직 등에 대해 초과근무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관리·감독자나 유연근로제 적용 사례를 제외하면 R&D 인력을 포함한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동일 근무시간이 적용되고 있다.
노조는 지금 세계는 반복적이고 정제된 업무를 인간이 아닌 AI가 수행하면서 일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업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시간 중심’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작업 현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시간보다 성과가 중요해지는 노동시장이 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보다 유연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근로제를 구축해 신속히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길 기대한다. 민주당의 초광역특구법은 산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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