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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을 곳이 없는 저신용자 혹은 자영업자의 경우 급전이 필요하지만 대출조건이 맞지 않아 돈을 융통할 수 있는 곳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게 되는 게 바로 개인 대부업자다. 소위 일수쟁이, 사채업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출 문턱을 낮춘 대신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로 돈을 빌릴 경우 높은 이자로 인해 채무자는 원금은커녕 불어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채무자는 대부업자의 협박에 못 이겨 법정최고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다가 수렁에 빠진다. 지난해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사채시장은 8조원에 육박하며 93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아직도 불법사채를 통해 돈을 빌리고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가끔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악덕 채무자가 있긴 하다. 그러나 대다수 채무자들은 원금은 물론 상당한 이자를 갚았음에도 불어난 이자를 협박에 못 이겨 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 이슈 포커스팀이 불법사채를 통해 돈을 빌리고 협박까지 당해본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눈물어린 증언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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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조원에 육박하는 불법사채시장의 규모만큼 고금리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수 또한 93만명에 달한다. 채무자들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높은 이자와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못이겨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더라도 돈을 빌린 것 자체가 문제라며 오히려 비난의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라고 한다. 사진은 기자가 피해자(뒷모습 사진)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빌린돈 8억, 이자만 5억 432% 이자율 ‘뻔뻔’…가족에게 알릴까 겁나 이자 감당
▲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거래처에게 거래금을 제 때 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거래처에서 받을 돈을 받아서 갚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카드론, 캐피탈 등 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거래대금을 치렀다.
그러다 2년 전 회사가 부도위기에 내몰리자 결국 이 씨는 불법대출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이미 여기저기 돈을 빌려놓은 상태라 더 이상 돈을 융통할 수 없었던 이 씨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유명 포털사이트 광고였다고 한다.
이 씨는 “회사의 부도를 막을 돈이 급하다 보니 D포털 사이트에 있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어떤 남자가 ‘얼마나 필요하시냐, 뭐하시는 분이시냐, 어디시냐’ 등의 짧고 굵은 질문을 던졌다. 현재 있는 곳을 알려주자 바로 가방에 1000만원의 현금을 넣어 가지고 왔다. 돈을 보니 마음이 더 조급해져 결국 이래저래 미심쩍은 부분을 건너 뛴 채 돈을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100일로 나눠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과 다르게 기업을 운용하는 저는 30만원씩 40일로 나눠 갚기로 했다. 빌린 원금 1000만원 중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 50만원을 뗀 실질대출금 950만원을 40일안에 1300만원으로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 씨가 돈을 빌린 조건은 약 30%의 이자율이 적용된 것이었다. 이는 만약 등록된 대부업체가 아닐 경우엔 법정상한 선 25%를 넘는 수치다. 또한 금감원에 따르면 대출 시 수수료명목으로 선이자를 떼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다.
이 씨에 따르면 그에게 돈을 빌려준 대부업자들은 애초부터 이상한 수금방법을 요구했다. 바로 돈을 빌려주면서 이 씨의 명의로 된 체크카드를 요구한 것이다. 또한 돈을 빌려줄 때는 계좌이체 방식 대신 무조건 5만원짜리의 현금을 가방에 담아왔다. 이 씨가 의심의 눈초리로 대부업자의 이름을 알려달라 하자 처음 돈을 빌려줄 때 온 사채업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채업자는 “사모님, 제가 돈을 빌려드리러 오는거지 돈을 떼먹으러 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모님이 돈을 떼 갔음 떼 갔지 우리가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결국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또 사채업자들은 김 주임, 김 과장 등 서로의 직책을 주로 불렀다. 나중에 경찰에 신고한 뒤 확인한 결과 그동안 이 씨가 알아놓은 핸드폰 번호, 차번호, 이름은 모두 대포폰, 대포차, 가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 이씨의 경우 1000만원에서 시작된 빚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계속해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나가자 결국 18개월 만에 10억이 넘는 돈으로 불어났다. 사진은 피해자 이 씨가 사채업자 김 주임과 거래한 대출거래내역을 민생연대 사무처장과 함께 정리한 내용복사본 ⓒ스카이데일리
이 씨는 “처음에 돈을 빌릴 때는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빌렸다며 ”그러나 사업은 계속 어려워지고 거래처에서 사기를 당해 제 때 계약금을 주지 않으면서 빚은 점점 늘어나고 이자도 겉잡을 수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최초로 돈을 빌린 시점인 지난 2013년 8월 6일부터 약 18개월 정도가 흐른 지난해 6월 29일까지 이 씨가 사채업자들에게 납입한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13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막상 이 씨가 사용한 돈은 13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 씨가 건넨 대출금 거래내역 따르면 이 씨가 수 차례에 걸쳐 빌린 금액은 총 12억512만원이다. 그러나 돈을 빌릴 때마다 제한 수수료(대출금의 5%)를 제외하고 막상 이 씨가 실제로 받은 돈은 8억210만원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 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전부 이자로 지급한 셈이다. 이를 금융감독원 일수이자율 계산기를 사용해서 계산하면 연 432.5%이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온다.
이 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자율이 적용된 돈을 쓰고도 함구했던 이유에 대해 “가족들에게 알릴까봐 무서워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그들(사채업자)이 잘 알고 있는 약점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들 몰래 돈을 빌린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에게 알린다고 할 때마다 겁을 먹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씨는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매일매일 일수를 찍던 저는 회사가 어려워 도저히 납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며칠 만 시간을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며 “그러자 그 사람들은 곧장 태도를 바꿔 ‘사모님 삼일이면 천(만원)이다, 천(만원).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돈 당장 부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김 과장으로 불리는 이는 전화 통화를 통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 씨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면서 깨닫게 됐다.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그때부터 매일같이 수 십 통의 전화를 받고 가족들에게 알릴 것이란 협박을 받으며 하루 300만원이란 거금을 매일 갚아나가기 위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개인 대출을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대출 직거래 사이트 캡쳐화면]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이 씨는 결국 가족들에게 모두 알렸다. 그 후 사채업자들이 협박한 증거를 최대한 모아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이 씨가 이용한 사채조직 일부인 김 주임으로 불리는 사람은 현행범으로 붙잡혀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이며,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즘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이 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괴롭고 억울한 마음에 심지어 자해시도를 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12월 말 검찰 조사 대질심문 때 자해를 해서라도 화제를 만들어야 이들을 벌 받게 할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다”며 속상한 심경을 토로했다.
식당 안돼 불법게임장 사채 쓴 게 화근…조폭 자릿세·운영비 요구에 포기 ‘빚만 남아’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사채 피해자인 김 모씨는 엄밀히 따지면 직접 돈을 빌린 채무자는 아니다. 김 모씨의 어머니가 돈을 빌렸고, 그녀는 나중에서야 사실을 알고 근근히 대신 돈을 갚고 있는 처지였다.
김 모씨에 따르면 그녀는 아직까지도 모친이 모두 얼마를 빌렸는지 그리고 이자율이 얼마인지 조차 모른다. 그저 사채업자에게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인해 어머니가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어머니가 돈을 빌리셨으니 어서 갚아달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서 저는 ‘그럴 리가 없다. 이 번호를 어떻게 아셨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자 전화를 건 사람은 막무가내로 어머니의 채무상환을 독촉하며 그 이후로도 계속 전화를 걸었다”며 “심지어 나중에는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토로했다.
김 모 씨는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 ‘지금 이렇게 전화거는 거 자체가 불법 아니냐. 지금 이거 다 녹음해서 신고하겠다’ 큰소리쳤다”며 “하지만 속으로는 회사로 찾아올까봐 미친듯이 두렵고 심장이 뛰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 씨가 강경하게 대응한 뒤 이들 업자들은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김 씨의 집으로도 이미 상당히 많은 협박전화를 일삼고 있었다. 결국 김 씨는 어머니로부터 돈을 처음 빌리게 된 계기 등 모든 자초지정을 듣게 됐다.
그의 어머니인 이 모씨에 따르면 식당을 운영해 온 이 씨는 장사가 안 돼 고민이 많았다. 그 때 불법게임장 운영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한 남성의 제안을 받았다. 이 모씨는 자녀들 학비라도 벌 생각에 돈을 빌려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차리고 보니 조직폭력배들이 자릿세, 운영비 등을 요구하는 통에 결국 가게를 운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게임장을 차리기 위해 많은 빚을 떠안게 된 이 씨는 카드 돌려막기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녀가 회사에 취직하고 있어 파산신청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결국 사채에 손을 대게 됐고, 이자 마저 못갚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매일 빚독촉에 시달렸다고 한다.
▲ 현재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채업 조직 중 배달책을 담당한 김 모씨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윗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사진은 피해자가 증거확보를 위해 CCTV로 남긴 김 모씨(배달책)가 회사로 찾아온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때문에 피해 사실을 함구했다. 자녀들의 학교에 찾아가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이 씨의 사진과 악덕채무자 글귀가 적힌 전단을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산에서 장어집을 운영하는 신 모씨 또한 사채업자들의 빚독촉으로 상당한 피해를 당해왔다. 신 모씨에 따르면 그는 더 이상 빚을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사채업자가 장기매매를 해서라도 갚아야 한다며 피를 뽑아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매매를 주선하진 않았지만 겁을 줘서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고 신 모씨는 전했다.
악덕 사채업자 악몽에서 벗어나려면…가족에 알리고 증거물 모아 신고 ‘합의 유도’
사채를 통해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과, 피해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사채를 아예 처음부터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그 이후엔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자가 만난 사채 피해자 이 모씨는 “사채업자들의 공갈 협박은 대부분 겁주기용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비췄을 때, 공갈 협박을 실제로 하다가 걸려 고소를 당하면 자신들도 골치 아파지므로 똑똑한 사채업자의 경우 굳이 증거를 남길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모씨에 따르면 사채업자로부터 빚독촉을 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이 모씨가 직접 실행해 본 결과, 크게 3가지 방법이 주효했다. 물론 위 같은 방법은 이미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서 갚았음에도 과도한 이자를 지불하고 있어 파산직전에 이르렀을 경우에 해당된다.
우선 하루라도 돈을 갚는 것을 멈추는 것이 피해를 덜 보는 지름길이다. 언뜻 보면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는 게 방법이라는 것이 이상할 수 있지만 사채의 경우는 다르다. 대다수의 사채업자들은 돈을 갚을수록 더욱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가족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채업자와 싸워 이기기위해선 혼자의 힘만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조언이다.
두 번째로는 협박의 증거물들을 모으는 것이다. 협박의 증거물을 모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가족들의 도움이다. CCTV설치, 음성녹음, 동영상 촬영, 사채업자 미행 등은 혼자서 하기엔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다.
세 번째,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원금과 이자를 납입한 상태이고 더 이상 돈을 융통할 곳 이 없는 최악의 상태라면 그들도 이미 피해자의 파산직전 재무상태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으로 문제가 커져 벌금을 맞고 추징금을 받고 하는 복잡한 일을 만들지 말고 그냥 합의를 본다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모씨는 “실제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위와 같은 방법을 제안한 결과, 5명중 3명은 효과를 봤다”며 “사채업자들도 귀찮은 소송을 피하고 이미 받을 만큼 받은 사람보단 새로운 고객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위 세 가지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엔 결국 고소가 마지막 방법이다”며 “경찰에 고소하기 위해선 피해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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