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어릴 적 향수를 등에 업고 키덜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키덜트는 키드(Kid·어린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장난감을 좋아하는 성인을 말한다. 이들은 취미 삼아 레고, 피규어 등 한정판 장난감을 수집해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최근엔 미술 작품과 협업한 아트토이(Art Toy)도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급격히 커지는 키덜트 산업… 해마다 20% 이상 성장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키덜트 산업은 1인 가구 증가 확산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레고, 장난감 등 키덜트 제품이 포함된 국내 캐릭터산업의 2019년 매출액은 12조5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599억원) 증가했다. 2015년(10조807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25.0%나 늘어났다.
키덜트 제품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2014년 5000억원대이던 시장 규모는 해마다 20%씩 늘어 지난해 1조6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콘진원은 놀이시장과 수집시장, 리셀(되팔기)시장 등까지 더하면 키덜트 시장 규모는 1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중고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2020년 중고거래 취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블록)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인기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번개장터 이용자의 68% 정도가 35세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MZ세대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9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10명을 상대로 ‘키덜트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1.8%가 자신을 ‘키덜트족’이라고 답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의 설문 조사에서는 20대 이상 성인고객 710명 중 73%의 응답자가 어린이 취향 제품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은 실제 어린이 취향의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정민지 공주대학교 석사는 ‘유년시절 기억을 중심으로 한 도자 작품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키덜트 문화 요인을 밀레니얼세대들이 겪고 있는 불경기, 취업 등 사회적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연애, 결혼, 주택구입 등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불안감과 좌절감을 안고 살아간다”며 “이와 같은 불안한 심리 속에서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게 되고 회귀하고 싶어 해 아트토이와 같은 키덜트 문화에 소비하는 성향을 보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감으로부터 정서적 안정을 얻게 됐다”며 “이처럼 아트토이와 키덜트 문화는 현대인들의 유년시절 기억과 동심을 자극해 그들의 잃어가는 정체성을 찾아줬고 바쁜 일상 속 항상 곁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친구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16만원하던 레고, 195만원에 거래돼… 수익률 1000%
키덜트 재테크 가운데 많이 알려진 것은 레고 재테크다. 레고 상품을 구매한 뒤 일정 시간 뒤에 재판매 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레고는 보통 공식사이트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제품이 단종되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카페, 해외 구매대행 등을 통해서 고가로 거래된다. 레고가 키덜트족의 재테크 상품이 되는 이유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달 25세 이상 이용자들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레고는 총 5만9000건으로 키덜트 품목 중 가장 많았다. 그 뒤는 △플레이모빌 5만8900건 △하이큐 5만4000건 △피규어 5만1000건 △귀멸의칼날 4만4000건 등의 순이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2007년 105달러(약 16만원)에 출시된 ‘레고 카페코너’는 최근 195만원(미개봉 기준)에 거래됐다. 판매 원가와 비교해 무려 1118.8% 오른 가격이다. 2007년 199달러(약 22만원)에 해외 출시된 ‘레고 에펠탑’ 역시 150만원으로 581.8% 올랐다. ‘레고 그린그로서’도 120만원에 거래되며 출시가인 150달러(약 17만원) 대비 605.9% 상승했다.
이 밖에 만화 캐릭터를 배경으로 만든 피규어, 프라모델 등도 마니아층 사이에서 각광받는 재테크 수단이다. 특히 건담 시리즈의 인기는 상당하다. 2002년 비매품 단 30개만 출시된 ‘PG 1/60 RX-78-2 건담 골드 버전’은 중고시장에서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바비인형 역시 한정판으로 제작된 경우 10배 이상 가격이 오르고 특히 유명인을 모델로 한 경우라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 중고시장에서 ‘베이프x바비인형 콜라보 한정판’은 300만원, ‘측천무후 바비인형 한정판’은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희귀 상품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중고라 할지라도 새상품 이상의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다”며 “희귀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시장 원리에 의해 가격이 조절되는데 신규 공급이 없는 만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앤디워홀 등 아티스트 작품 들어간 ‘아트토이’도 인기
최근엔 아트토이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트토이란 기존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히거나 일부 디자인을 변형해 만든 장난감을 말한다. 과거에 유명했던 캐릭터나 상징물을 과장되고 비율이 맞지 않는 것으로 재창조해 아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고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아트토이 제품은 ‘베어브릭(Bear Brick)’이다. 이는 미키마우스, 미니언즈, 베트맨, 어벤져스 등에서 나오는 인물이나 캐릭터를 곰모양에 그려 넣어 재창조한 장난감을 말한다. 대부분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하고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아 수집가들의 수요가 높다. 아트토이 전문브랜드 킨키로봇(KINKIROBOT)에 따르면 ‘1000% 베어브릭 피카츄’의 현재 가격은 390만원 정도로 발매가(약 90만원)와 비교해 4배 이상 급등했다.
또한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집어넣어 만든 베어브릭도 희귀성과 예술성을 반영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킨키로봇에 따르면 ‘1000% 베어브릭 장 미쉘 바스키아’의 현재 가격은 240만원 정도로 발매가(약 80만원)와 비교해 3배 올랐다. 이밖에 중고시장에서 ‘1000% 베어브릭 하이에르 카예하’, ‘1000% 베어브릭 르네 마그리트’, ‘1000% 베어브릭 앤디워홀 더블 모나리자 멀티컬러’ 등의 가격은 각각 720만원, 470만원, 310만원을 기록 중이다.
킨키로봇 관계자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아트토이를 찾는 연령층이 확대되고 신규 고객도 증가했다. 최근 출시한 ‘카카오 베어브릭’, ‘피카츄 베어브릭’ 시리즈는 MZ세대에게 익숙한 캐릭터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발매 직후 연이은 품절을 기록했다”며 “아트토이를 단순한 과거가 아닌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바라보는 컬렉터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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