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50조 원선 붕괴… ‘개미들’, 증시 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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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월평균 49조 원… 2년 2개월 만에 50조 원 하회
약세장 거듭되자 예적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30 11:16:22

▲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1~27일) 투자자예탁금 평균액은 49조7178억 원으로 9월 평균액(52조775억 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3조 원 가까이 빠졌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이 2년 3개월 만에 50조 원대 밑으로 추락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연초부터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이탈한 결과다. 금리 인상만큼 투자자예탁금 이자율이 오르지 않은 점도 이탈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자 개인은 증시를 떠나 은행 예·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1일부터 27일까지 투자자예탁금 평균액은 약 49조7178억 원으로 집계됐다. 9월 평균액(52조775억 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3조 원 가까이 빠졌다. 10월 말부터 일일 투자자예탁금은 48조 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액은 50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금액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이 50조 원 이하를 기록한 건 2020년 7월(46조590억 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2020년 1·2월만 하더라도 30조 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가 떨어지고 저금리 시대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크게 불어났다. 그해 8월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한 뒤 12월엔 60조 원마저 넘어섰다.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이유는 주가 부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2900대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기관의 순매도 행진에 9월 말 2100까지 추락했다. 10월 들어서는 2200대를 다시 회복하며 소폭 올랐지만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하며 돈을 빼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등의 이자율이 오른 것과 달리 투자자예탁금 이자율이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1%대로 드러났다. KB증권 1.03%, 토스증권 1%, 미래에셋증권 0.75%, 신한투자증권 0.55%, 삼성증권 0.40%, 한국투자증권 0.40%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5~6%로 치솟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4.30%, 최고 우대금리가 5.10%에 달한다.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도 1년 만기 기본금리 4.5%, 최고 우대금리 4.95%를 제공한다. 심지어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 금리가 연 4%에 육박하는 상품도 등장했고 특판(특별판매)으로 적금 금리 연 10%짜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개인은 은행 예·적금뿐만 아니라 채권으로도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개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16조6503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75억 원을 순매수한 것에 비해 약 4배 많은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은 주식 거래도 점점 줄이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은 4조9114억 원으로 9월 평균치(5조2812억 원)보다 30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 지난해 1월(17조2994억 원)과 비교해선 70% 줄었다.

거래에 참여한 ‘개미’들 조차도 대부분 순매도로 일관했다. 개인은 9월 3조2954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았지만 10월(28일 기준)에는 2조2315억 원을 팔아치웠다. 일별로 보면 이달 7거래일(5·7·11·13·17·20·21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대형주인 삼성전자(-1조2798억 원), 삼성SDI(8127억 원), LG에너지솔루션(-5630억 원), SK하이닉스(-2888억 원) 등 대형주를 순매도했다.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짙어질 양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저조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컨센서스가 존재하고 실적을 발표한 64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32조6000억 원으로 컨센서스(36조6000억 원) 대비 11% 하회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은 연준의 피봇(방향 전환) 기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구간이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실물경제 둔화와 신용리스크 점증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게 일단락되기 위해서는 경기바닥이 가늠되거나 한계기업의 파산이 나타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등의 바닥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바닥신호 없이 연준 정책전환 기대가 먼저 올라온 상황이어서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기술적 반등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기술적 반등은 낙폭의 50% 내외인 경우가 많은데 8월 고점 대비 주가 낙폭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여력이 커 보이지 않아 추격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