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포트 해밀턴과 새만금잼버리 철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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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종료 후 즉각 감사에 착수, 관련자 엄중 처벌하라
행사 빌미 지자체가 남용된 국가예산, 전액 환수 조치해야
능력 부족과 예산 낭비의 지방자치제도 존립 필요성 재검토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11 06:31:30

세계 열강들의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이 한창이던 1885년 3월 대영제국은 전라도 여수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거문도(巨文島)’를 러시아제국의 남하를 막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해 군함을 파견하여 점령하고 이듬해 2월까지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 전진기지로 삼고 주둔했다. 말만 점령이었을 뿐 궁핍한 섬 주민들에게 일거리도 주고 급여도 줌으로써 유대관계도 매우 좋았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지금도 거문도에는 ‘영국군 묘지’가 남아 있다. 영국군과 한반도인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두 번째 만남은 1950년 6·25전쟁이다. 영국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파병한 16개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6000명의 병력을 보내준 나라다. 이 중 1177명의 영국군이 싸우다 숨져 3만6392명이 전사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전사자를 기록한 최대 우방국이다. 비록 지금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지칭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시하여 이 땅의 수많은 좌익세력이 그 고마움조차 외면하고 파렴치함과 배은망덕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더라도 정상적인 국민들이라면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예우해야 할 대상이다.

6·25 참전국 포함 총 155개국 3만9000여 명이 참가한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의 부실한 준비 및 운영을 두고 말이 많다. 게다가 이 황당한 상황은 참가한 청소년들만의 일로 끝날 일도 아니다. 그들을 보낸 부모들이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으며 각국의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레이건 등 대다수의 미국 대통령은 물론 반기문 전(前)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스카우트 출신일 만큼 각국의 ‘리더’로 성장하여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의 화합이라는 점에서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이 행사를 허술히 준비하고 진행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개최국마다 행사의 목적을 의미하는 표어를 사용하는데 이번 25회 전북 새만금잼버리 대회의 표어는 ‘너의 꿈을 그려라(Draw your Dream!)’라고 한다. 그런데 불결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위생 상태와 열대야의 습지 한가운데 놓인 팔레트 위 텐트 안에서 그들은 과연 무슨 꿈을 꾸고 그렸을까? 어른들은 ‘막대한 예산을 착복할 불순한 생각’만 가지고 행사 본건물은 물론 최소한의 편의시설인 샤워장과 화장실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밤낮으로 온갖 해충이 극성인 지저분하고 질퍽한 간척지 안으로 수만 명의 청소년을 밀어 넣은 것이다.

잼버리(Jamboree)란 말 그대로 ‘즐겁고 시끌벅적한 모임’이란 뜻이다. 역대 최고의 잼버리로 손꼽히는 이전 대회는 미국 ‘서미트 벡델 국립공원’에서 개최되었다. 야영(野營)을 전제로 하는 스카우트 잼버리는 그런 곳에서 하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1885년 당시 거문도 역시 제대로 된 시설이 하나도 없었기에 영국군 중 풍토병을 얻어 사망하는 병사들도 늘어났으며 거문도의 전략적 가치도 떨어지면서 곧 바로 철수했다. 영국 청소년들이 새만금에서 맞닥뜨린 암담한 상황은 마치 거문도에 처음 상륙했던 영국인과 같지 않았을까? 이에 영국 참가자 4500명은 제일 먼저 철수를 결정하고 6·25 참전 영국군 추모공원 방문 등 ‘새로운 형태의 잼버리’를 시작하였다.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영국군 추모비를 볼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미국도 참가자들을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시켰고 그외 국가들도 태풍의 북상을 고려해 8일 전원 철수를 결정하고 서울 및 경기지역에 나눠 배치됐다. 참가자 전원이 분산되었다는 점에서 잼버리 행사는 끝난 것이다. 지금 남은 것은 K-POP 관람일 뿐이다. 전 세계인의 ‘잼버리 정신’을 무참히 짓밟고 그저 아이돌 그룹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이 천박함은 어찌할까?

이보다 앞서 최악의 국제 행사로 기억되는 것은 2010년 10월 전남 영암군에서 개최되었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다. 경기장 트랙조차 완공되지 않았고 관람석은 물론 숙박시설조차 준비가 안 되어 급박한 나머지 불륜 전용 모텔에 영국 취재진을 배정하였다가 그들이 취재하러 나간 사이 몰래 ‘대실’한 사실이 발각되어 국제적 망신살을 얻었다.

2010년 당시 영국 BBC는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두고 ‘여러모로 이상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서킷(An unusual but enjoyable circuit)’이라며 조롱 섞인 논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역사상 가장 불운한 대회’라고 보도하였다. 선진국이라고 믿고 왔을 청소년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창피하다. 그리고 각국의 미래인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로 각인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자치행정능력은 고사하고 국가 위상 추락 및 정부예산 낭비까지 강요하는 지금과 같은 어설픈 지방자치제도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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