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운동권發 저질 정치 문화 퇴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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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9 18:32:18

기자는 20년 가까이 정치부에 몸담으며 많은 걸 보고 들었다. 기자 생활 초반기엔 여느 언론사가 다 그렇듯 현장에 투입됐다. 그 시절엔 매일 시위 현장을 누비며 부대끼는 게 일상이었다.

시위 현장에선 언제든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법. 무수한 장면들이 기억난다. 어느 날 여러 탈북인 단체들을 따라서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 갔을 때였다. 성명서 낭독·기자회견·전단 살포·사진 촬영 등 통상적인 행사 수순이 진행되는 와중에 돌연 현장 옆 철조망 너머로 한 건장한 중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복색을 보니 강성 노조 소속인 듯했다.

홀로 나타난 남성은 가로막힌 철조망을 믿었기 때문인지 대뜸 탈북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 전단을 살포하면 접경지대 주민들 안전이 위태롭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는데 이성적 논리를 펴는 게 아니라 육두문자부터 날아들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탈북인 남성 상당수는 ‘한 성질’ 하기로 유명하다. 철조망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당일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다른 장면도 떠오른다. 하루는 한 보수 성향 집회 현장에 갔을 때다. 어르신 수십 명이 모인 조촐한 행사장 옆으로 돌연 젊은 청년 하나가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숫자와 동물이 조합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내뱉었다. 도주하던 청년은 칼 루이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민첩하게 쫓아간 한 어르신에게 붙잡혀 ‘참교육’을 받았더랬다. 물론 대화로써.

기자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다. 하루는 대규모 반(反)보수 집회에 취재차 갔을 때였다. 그쪽 시위가 대개 그렇듯 반미(反美)·친북(親北)·친중(親中) 구호가 난무했다. 촬영기자가 따로 오지 않았고 그때는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못했기에 기자는 습관처럼 돌덩이만한 개인 카메라를 꺼내 현장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갑자기 군중이 기자에게로 우르르 몰리더니 “뭘 찍었나” “지워라”고 요구했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서 취재의 자유 등을 강조하며 설득해 사진 삭제 없이 겨우 풀려났으나 지금 생각해도 참 아찔한 순간이었다. 혹 기자를 ‘경찰 프락치’ 식으로 몰아가 집단 구타했더라면 온전한 몸으로 귀가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한 대씩만 때려도 수십수백 대의 주먹·발길 찜질을 당할 뻔했으니 말이다.

기자의 뇌리에 남는 십수 년 동안의 장면들 가운데 유독 진보 진영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기자의 선택적 기억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치집회 현장에 다녀 본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할 것이다. 자칭 진보라는 이들, 인권운동가·노동운동가라는 이들 사이로 나뒹구는 소주병·플라스틱컵·나무젓가락과 진동하는 술 냄새, 난무하는 고성방가와 주먹다짐을 목도하신 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들의 태생적 배경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칭 진보 정치인 상당수는 운동권 출신이다. 전향한 사람을 포함해 모두가 그렇진 않겠으나 운동권 상당수는 염치라는 걸 모르도록 교육받았다고 한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의 도덕성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사상을 주입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식 인권”이라는 따위의 선택적 정의만이 존재한다.

그러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국회에 입성해 의정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저질 육두문자와 문자 폭탄은 괜찮지만 너희는 안 돼” “내가 성폭력 저지르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너희는 안 돼” “내가 돈 봉투 받고 개발 특혜 주는 건 괜찮지만 너희는 안 돼” 식 심리의 발현에 관한 얘기다.

지금처럼 운동권 출신들이 계속 정치판을 주도하고 기웃거린다면 기자가 그간 지켜본 십수 년 동안의 오염된 풍경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아니, 우리 정치·사회는 더더욱 퇴보할 수 있다. 이미 4월 미국 워싱턴타임스 기자가 우리나라 제1야당 수장을 향해 “당신은 위험인물이냐”고 묻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저질 정치가 해외에서도 가십거리가 된 지 오래다. 망신도 이런 나라 망신이 없다.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