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계류 민생 법안은 ‘이번 국회’ 내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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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법·전세사기법 등 1만6000여 건 ‘대기’
여야 총선 채비에만 매몰… 의원 책무 충실 마땅
양대 정당 진영 대결 첨예… 국회의장 중재 기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01 00:02:02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4월10일이 제22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일이고, 현재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5월29일까지다. 각 당에서 총선 채비로 분주하기에 이번 국회 일정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민생 현안 처리보다 공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1일 현재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조차 여야가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624건에 이른다. 하지만 여야 모두 총선 채비에 매몰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여야 관계가 급랭하면서 막판 타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을 지원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등을 중점 민생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에 반년 넘게 계류돼 있는 수은법 개정안은 정책지원금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산은법 개정안 역시 민주당이 ‘산은의 부산행은 비효율적’이라며 반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지역의사제 도입법 등을 핵심 쟁점 법안으로 꼽으며 각 소관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여야가 시급한 쟁점 법안을 합의 처리하겠다며 출범시킨 ‘2+2 협의체’는 이견만 확인한 채 지난해 12월 회의를 끝으로 ‘빈손 해산’했다. 여야가 각각 중점 추진 법안 10개씩을 추렸지만 대부분 통과되지 못했다.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5인 이상 50인 미만 대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 기간을 놓고도 여야 재협상이 난망한 상황이다.

정쟁으로 상임위·법사위·본회의가 파행되며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것은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여야의 충돌로 법안 논의가 아예 중단된 것도 있고, 세부 내용에 이견이 있어 파행을 겪는 법안도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상호 간 정치적 공세 속에 민생 법안들은 ‘사장(死藏)’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양대 정당의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국에 입법부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도적인 중재가 요청된다. 마침 김 의장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에 대해 “다음 달 1일 본회의까지 조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재논의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다시 넘어온 ‘쌍특검법’(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재표결에 대해서도 “빠르면 1일 본회의 때 할 수 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야는 총선 준비에 바쁘더라도 민생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통과시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길 촉구한다. 2월 임시국회를 열어 시급을 요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기간을 3년 유예하는 법안은 화급을 요하는 대표적 법안이다. 당장 입주 때부터는 안 되더라도 매매나 증여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탄력적으로 적용토록 해야 한다.

정당이 아무리 정당이 이익집단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다지만 정치권은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4월 총선일은 정치권으로 하여금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를 각성하게 하는 ‘심판의 날’이 됐으면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