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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솔(42) 사단법인 더 브릿지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사단법인 더 브릿지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발도상국 국민·탈북인이 수혜자에서 기부자로 변화하는 과정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이라며 이같이 보람과 가치를 찾는 삶의 여정을 설명했다.
더 브릿지는 개도국 국민과 북한을 고향으로 둔 탈북인의 기업·창업에 필요한 니즈를 채워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2013년 활동을 본격화한 더 브릿지는 2015년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한 뒤 10년째 운영 중이다. 임직원 20명은 58개 개도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도움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친구 관계로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 주력한다.
“수혜자와 기부자는 상하관계가 아니에요. 시대와 환경은 변해도 더브릿지가 변함없이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수평적인 친구·동반자로서의 관계 설정이고 이것이 우리 단체의 기본 운영 방식이자 철학입니다.” 그의 말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단체 로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 3명이 수평적으로 서 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이 아닌가요? 더 브릿지는 개발도상국·탈북인의 가치와 가능성에 집중해 그들의 필요한 니즈를 채워주도록 서로 연결해 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단체이죠.”
황 대표는 좀 더 첨언했다. 그는 “누가 더 높고 낮음의 위치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함께 협력하는 중간 다리 역할이 핵심 가치이자 미션”이라며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상부상조해 같이 성장하는 구조가 우리 단체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낯설어 취업과 생활 등 모든 면에서 애를 먹고 때로는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탈북인이 잘 정착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막중한 단체의 책임만큼이나 황 대표는 시종 ‘진솔’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정부 청사에서 긴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다소 고단한 듯했지만 말과 표정에는 강단이 느껴졌다. 그는 자기 삶과 단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체감·연대감 혹은 동질감 같은 무엇이 표정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더 브릿지는 사실상 대학교 기숙사에서 처음 문을 연 셈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깬 계기”라고 했다. 황 대표는 “대학생 때 개발도상국 학생들과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들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을 하지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안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더 많이 받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을 있는 그대로 직접 눈으로 체험하는 그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강한 동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문의 요람인 곳에서 지내면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고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그들이 그곳에서 기업인으로 창업가로 성장하도록 창업을 지원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옌벤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북한과 사업하는 중국 동포들을 목격하고 운영 원리를 익힌 것도 단체를 조직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다. 한국에선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여정이라는 질문에 황 대표는 “2006년이었다. 한국인은 쉽지 않지만 옌벤 사람들은 정말 많이 북한으로 들어가 사업을 한다”며 “추석 명절에 초대받아 간 집에서 아버지가 안 계시길래 어디 가셨냐고 물었더니 ‘북한으로 사업하러 가셨다’고 해 그런 사업영역이 가능한 것이구나 깨닫게 됐다”고 답했다.
10년간 더 브릿지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 그중에선 유엔과의 협력 프로그램이 크게 한몫했다. 요즈음의 풍토에서 보면 비영리단체의 흐름을 미리 ‘꿰뚫어 본 혜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엔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던 만큼 일찌감치 바깥 세계를 내다봤던 감각 때문이었다. “유엔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꿈꾸곤 했죠. 그런데 더 브릿지를 이끌어 가면서 유엔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냈고 결과적으로 유엔에서 일하진 않아도 유엔을 파트너로 제가 현지에서 직접 일하고 싶었던 꿈을 이뤄낸 것은 정말 크나큰 수확입니다.”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동티모르 예비 창업가 총 34명을 대상으로 한 기본 교육을 진행했죠.” 그는 반짝반짝 동심 어린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유엔이 함께하면서 협력 파트너 국가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금은 58개 개도국에서 2000여 명이 협력하고 있어요. 수혜자가 기부자로 연결되는 부분이 60%라고 본다면 저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황 대표는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지원받은 분들이 저희한테 다시 재기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꼭 재기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진 않아요. 기부가 의무적인 것도 아닐 테니까요. 다만 ‘창업 교육도 제공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임을 강조하면서 나중에 잘 성장해서 기부해 주세요’라고 가볍게 툭 전하곤 했죠.”
이 말을 들은 수혜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 궁금했다. 수혜자가 자발적인 기부자로 탈바꿈할지 수익모델의 영속성과 관련한 의문에서였다. “그럼요. 정말 흔쾌히 아주 기분 좋게 ‘이런 단체 너무 좋다’라고 하면서 기부하시죠.” 망설임 없이 즉답이 돌아왔다.
황 대표는 “사업하는 분들은 자존심이 보통 아니게 강하다”며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위치가 되니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거리낌 없이 기부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성공한 수혜자는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 하는지 물었다. “이 질문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기부의 릴레이처럼 단체를 통해서 도움을 받으신 분들이 만족해하고 또 다른 수혜자분에게 소개하고 본인이 경험한 부분들을 나누기도 해요. 특히 지난주에 북향민 창업가가 오셔서 저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본인들이 번 수익의 일부를 더 브릿지에 기부하겠다고 하셨죠.”
황 대표는 ‘사고의 전환’을 지금까지 더브릿지를 이끈 원동력으로 꼽았다. “수혜자가 아니라 저는 친구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게 에너지의 원천인 것 같아요. 서로 힘들 때 돕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게 건강한 관계이죠. 사람이기에 힘들 때도 있지만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단체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잇겠다는 즐거운 마음의 자세가 활력과 모티브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더 브릿지에서 교육받은 네팔인 12명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 4명이 현지에서 창업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회사를 경영하는 이들이 있어 정말 뿌듯해요. 그중에 커피머신을 수리하는 분이 있는데 장사가 잘된다고 가끔 연락이 옵니다. 네팔에 갔을 때 밥을 사주더라고요. 흐뭇한 마음으로 귀국했습니다.”
더 브릿지는 일방적으로 창업 아이템을 정하진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단체를 찾는 분들은 본인이 창업하고 싶은 아이템을 가져오고 결국 대부분 창업으로 이어진다”며 “저희는 필요한 부분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겐 돈보다 사람의 가치가 위에 있는 듯한 사고가 돋보였다. 예상대로 그는 “사람이 사는 것은 다 똑같다”며 “서로 다름의 차이를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편견을 없애고 궁지에 내몰린 이들을 돕고 위로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모두가 뜻을 합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회사 이름에서 드러나듯 더 브릿지와 인연이 닿은 이들은 수혜자에서 기부자로 잔잔히 흐르는 강가에 징검다리처럼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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