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서 경향 철학·사회 등 ‘성찰’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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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철학·니체·쇼펜하우어 이어 ‘러셀’ 두각
그림책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도 부쩍 관심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30 19:13:04

▲ 소윤경 작가가 추사의 세한도를 쉽게 풀어 쓴 '세한도: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추사 김정희가 보내는 따뜻한 편지'를 선보였다. 엄재만 기자

‘2024 서울국제도서전’(SIBF 2024)에서 나타난 최근 독서 경향은 인간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성찰이 한 축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또 양질의 국내 그림책 작가들의 책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몇 년 전부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쉬운 철학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까지 니체·쇼펜하우어처럼 친숙한 철학자들의 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돌 그릅 아이브의 장원영씨가 논어를 읽는다는 소식에 논어 역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증가했다.

이번 SIBF에서 사회평론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쇼펜하우어 관련 책의 후속으로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을 내세웠다. ‘행복의 정복’ ‘결혼과 도덕’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들고 나왔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인생의 답을 철학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러셀은 영국 국적의 수학자·철학자·역사학자·사회 비평가다. 현대 수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분석철학의 기틀을 다졌다. 또 그는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 현재 베스트셀러인 쇼펜하우어 관련 도서 이후의 철학자로 사회평론은 버트런드 러셀의 책을 소개했다. 엄재만 기자

자음과모음은 덴마크의 인류사회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쓴 ‘가짜 노동’ ‘진짜 노동’을 단독 부스로 꾸몄다. 저자는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인 ‘가짜 노동’에 대해 정의하고 어떻게 우리의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탐구했다. 책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많은 논의를 촉발시켰다.

다산북스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 30주년 특별판 고흐 에디션을 선보였다. 또 아일랜드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맡겨진 소녀’를 구입하기 위해 도서전을 찾는 독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렸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과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 다산북스가 출판한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맡겨진 소녀’. 엄재만 기자

현대지성은 고전을 위주로 소개했다. 이 출판사가 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단권 완역본이나 논어와 같은 검증된 책이 독자들을 찾았다.

그림책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 봄봄출판사는 이영림 작가의 ‘가방을 열면’이나 민아원 작가의 ‘코모도 코코의 특별한 생일’이 예쁜 그림으로 주목 받았다.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은 어른들도 국내 작가의 그림책을 읽는다”며 “수출이 크게 느는 등 예전과 비교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대중적으로 읽기 쉽게 쓴 소윤경 작가의 ‘세한도: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추사 김정희가 보내는 따뜻한 편지’도 반향을 일으켰다. 고미술을 사랑하는 이들 외에는 다가가기 버거웠던 작품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 쓴 점이 장점이다. 책은 힘든 시기를 나고 있는 이들에게 담담하게 견디는 법을 전한다.

올해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사마다 명확한 주제로 독자들을 책으로 이끌었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