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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등이 낸 헌법소원을 심리한 결과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점을 심각하게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 부족이 어린이·청소년 등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헌재가 내린 결정은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과 2022년 어린이 62명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답한 것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도 기성세대로서는 부끄러운 일인데, 만일 미래세대가 이렇게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미흡한 기후 정책이 지적당하지 않고 지나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는 어린이·청소년들에 빚을 진 셈이다.
헌재는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환경권·행복추구권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어떤 정량적인 감축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런데 불과 7년밖에 남지 않은 미래의 설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면 이는 국가가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재판관 9명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다만 현행 법령상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헌재 결정에 따라 정부는 2031년 이후의 감축 목표 기준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해당 법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헌재의 판단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세우고 향후 기후위기 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우리나라의 기후 소송과 결정은 아시아에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미국·유럽 등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8월 정부의 화석연료 개발 허용 정책이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독일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구촌에서 기후위기를 피할 곳은 없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이 모여 파리협정을 맺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운 것도 위기가 더 닥치기 전에 대비하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오르고 올해 4월엔 해수면 평균 온도가 21.07℃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상징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는 물론 온열질환자 발생이 눈에 띄게 증가한 상황이어서 매년 심각해지는 기상 이변에 대한 정책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정부는 미래세대의 염려를 헤아리고 헌재 결정의 의도에 맞도록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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