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폐업 급증에 창업 상태계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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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업·음식업 폐업률 20% 달해
폐업율 인천·광주·울산·대전 순
중고 집기 쌓이던 황학동 거리 썰렁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7 03:46:00

▲ 21일 서울시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위치한 상점가. 한산해진 거리에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띈다. 노태하 기자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중고 집기 물품 시장에 물건이 쌓이고 있지만 창업 역시 줄면서 관련 중고 시장도 침체를 맞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10.8%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인 자영업인 소매업·음식업의 폐업률은 20%에 달한다. 소매업 폐업률(20.8%)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음식업 폐업률(19.4%)도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22.0%) 이후 최고치다.

과세유형별 폐업률을 살펴보면 영세한 간이사업자(공급가액 8000만원 미만)의 폐업률이 일반사업자(9.9%) 보다 5.3% 포인트 높은 15.2%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전국 모든 지역에서 폐업률이 상승했는데 이 중 폐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인천으로 12.1%였다. 인천 다음으로는 광주 11.8%·울산 11.7%·대전 11.6% 등의 순으로 폐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폐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창업은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91만 개로 지난해 80만 개보다 11만 개 증가한 반면 새로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15만 개로 전년도 121만 개보다 6만 개 감소했다.

창업 감소 추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창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감소한 62만2760개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특히 30세 미만 창업이 같은 기간 8.8%나 줄어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0대와 40대의 창업 또한 6.3%씩 줄었다.

소상공인들의 폐업은 늘고 창업은 줄면서 소상공인 창업에 필요한 중고 물품들은 중고 시장으로 쏟아져 나와 쌓여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이 같은 추세를 잘 보여주는 곳은 서울시 황학동에 위치한 주방거리다. 이 거리는 소상공인들의 단골 창업 분야인 음식점과 카페를 창업하려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려야 하는 곳으로 흔히 알려졌는데 중고 싱크대·테이블·커피머신 등 집기·물품의 성지다.

최근에는 이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중고 싱크대·커피머신 등이 밖으로 나와 잔뜩 쌓여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상점 물건 중에는 이미 사람의 손을 탄지 오래돼 먼지가 쌓여있거나 녹이 슨 제품들까지 보였다.

그러나 쌓여있는 중고 집기·물품을 찾는 손님의 발길은 찾기가 힘들다. 거리가 한산해진 탓에 상인들은 각자 점포 정비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산해진 거리에서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힘들어진 자영업에 대해 서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며 시간을 떼우기도 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장사를 접겠다거나 어느 상권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들이다.

한산한 주방거리 안에서도 대로변과 떨어져 있는 구석진 상점가 길에는 그나마 지나가는 행인조차 보이지 않아 대낮에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길 정도였다.

거리가 침체를 맞자 연쇄적으로 주방거리에 위치한 상권 생태계도 함께 무너지는 중인데 거리 곳곳에는 임대 문의 표지가 붙어있는 빈 점포가 있고 카페·음식점들도 손님이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