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극도로 혼란한 시기 국가안보에 집중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국가 위기상황 속 정쟁만 일삼는 한심한 정치인들
북한보다 못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국가관 수준
닥쳐올 ‘경제·안보 위협 쓰나미’ 대비하고 있나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06 00:02:55

한반도를 정중앙에 두고 있는 동북아시아 권역의 안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연합 전략 순찰’을 명목으로 무려 11대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침범했다. 매년 1·2회 이러한 행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침범 행위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당선 이래 이제 곧 바뀌게 될 동북아 안보 지형도를 고려할 때 여느 때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휴전된 지 71년이 지났고 탈냉전시대가 되면서 과거 공산권 국가들과도 교역을 하고는 있으나 이미 ‘신냉전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또한 ‘유라시아 주의’의 러시아와 ‘중화주의+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젠가는 직접 또는 1950년처럼 또다시 북한을 내세워 한반도 내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들이다.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정체성을 갖추고 단합해야 할 때이며,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이하 장·차관 및 고위직 공무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가.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모두 시대착오적 생각과 행동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나 입법부를 담당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가와 국민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이권만 챙기려는 자들로 보일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이 모양 이 꼴인데 정작 북한의 정치 및 군사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양국 간 군사협력을 빠르게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북한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물론 당장 필요한 북한의 무기 및 병력 지원을 고려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러시아제국-소비에트연방-러시아’로 이어지는 동안 변하지 않은 그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즉 ‘유라시아 주의’의 실현을 두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하는 선에서 일단락짓고 향후 동북아 영향력 강화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는 2개월 후 재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측근들의 세계관에서 중국은 미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계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의 힘을 빼 놓으려고 할 것이다. 물론 100% 미국의 계획대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위해를 입힐 것임에 틀림이 없다. 러시아도 그것을 알고 있으며 북한도 나름대로의 ‘탈 중국화’를 위해 어떻게든 러시아의 손을 놓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및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이 틈을 노려 중국은 오랜 기간 서방의 대리전 성격을 가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힘이 빠질 때로 빠진 러시아를 누르고 동북아 패권을 자신들의 것으로 확실히 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동원함으로써 전세가 다시 바뀌고 있다. 중국은 그 가운데 자신들의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있음을 직시하게 되었으며 중국의 시진핑이 아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우호적인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고, 공식적으로 중국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전제로 현 전선을 유지한 채 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그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평화유지군 파병론’ 역시 당사자인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인 만큼 현실화는 어려우며 나토 역시 규정상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해선 가입이 불가한 만큼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들어 줄 가능성도 낮다.

만일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떠한 형태로든 마무리된다면 그 이후의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가장 큰 역할을 한 미국 주도로 재편이 될 것이며 공개적으로 표적으로 삼은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대일로를 내세우며 동북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중국을 대신해 러시아가 그 역할을 찾아오려 할 것이다.

이미 중국과 거리를 두며 러시아의 손을 꽉 잡은 상태에서 우리를 ‘패싱’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북한, 영향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중국… 그 무엇 하나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에게 이제 곧 닥쳐올 ‘경제·안보 위협의 쓰나미’를 돌파할 능력이 있을까.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국가는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분열로 멸망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