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 확산 속 '스타머·젤렌스키 100년 협정'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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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국 식민지 되고픈 우크라" 폄하
머스크, 영국개혁당 지지… "조기총선 필요"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9 17:31:29

▲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국 간 '100년 안보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19세기 제정러시아와 영국 사이의 그레이트게임을 연상시키듯 이틀 후 러시아 측에선 냉소적인 논평이 나왔다. AFP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틀 전 나온 영국과 우크라이나의 ‘100년 동반자 협정’를 평가절하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외무부 웹사이트 글에서 “이 협정을 고통 속 키이우 정권의 또 다른 홍보 전략으로 간주한다”며 “나라를 팔아도, 영국의 새 식민지가 돼도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100년이란 상징적일 뿐 기약이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독재 정권의 붕괴나 키어 스타머 총리 사임 후엔 이 협정을 아무도 기억 못할 것”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나치즘을 이겨낸 지 80주년 되는 해에 동맹국이었던 영국의 지도자가 우크라 신나치주의자들을 지지하겠다니 유감이다. 런던에 그런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크라 남부·러 서남부, 크림반도와 접한 아조우해를 자국 ‘내해(內海)’로 규정하며 “이곳에 대한 어떤 주장도 노골적인 내정 간섭” “단호히 억제할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16일 스타머 총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영국이 향후 100년간 우크라 안전보장을 돕는다는 내용의 ‘100년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발트해·흑해·아조우해 등지에서 러시아에 맞서 해상안보 관련 공조를 강화하며 드론 프로젝트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영국의 우크라이나 내 군사시설 설치 검토 방안 또한 명시됐다. 선언문에서 영국은 “우크라와 함께 공동의 군사적 필요를 검토하고 함께 만들어 갈 (군사)능력·기술 영역 확장에 협력할 것”, 또 양국이 “우크라이나 내 국방 인프라 구축·유지 옵션을 검토할 것”을 밝혔다.

우크라는 향후 진행될 종전협상의 조건으로 구체적인 안전보장 방안을 서방세계에 요구해 왔다. 헌법에까지 명시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반대로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에 영국의 군사시설 설치 검토와 더불어 서방 동맹국들 군대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의 배치 방안이 거론돼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젤렌스키와 13일 통화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있으나 서방군대의 우크라 주둔을 러시아가 수용할지 미지수다.

미국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최대 원조국이었던 영국은 전쟁 발발 이래 128억 파운드(약 22조8000억 원) 상당의 군사원조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자국에서 우크라이나군 약 5만 명을 훈련시키는 등 깊숙이 개입해 왔다. 심지어 전쟁을 초반에 멈출 기회를 적극 막은 것도 영국이었다. 러시아가 영·우 100년 안보협정을 폄하한 배경엔 더이상 부유한 강대국이라 하기 어려운 영국의 현실이 있다. 브렉시트 이후 한층 심각해진 경제 침체 속에 스타머의 노동당은 14년 만에 집권했으나 사회민주주의 체질을 고수한 채 말로만 성장을 외치고 있다.

2024년 미 대선 때 민주당을 돕고자 대거 자원봉사자팀까지 파견한 스타머정부로서 트럼프2기는 또 하나의 악몽일 터이나 극력 내색하지 않고 있다. 17일자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개된 전날 인터뷰에서 스타머는 트럼프 취임이 정치적 고민거리가 아니라며 그와 ‘건설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역대 총리들처럼 영·미 무역협정을 강하게 희망하면서도 내세울 카드 없이 “관세란 모두에게 해롭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의 노동당정부 비판 관련 질문을 받자 “잡음을 무시하라”고 일축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머스크는 수십년 뿌리내린 사회주의적 요소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곳이 돼 버린 서유럽 주요국들을 향해 쓴소리를 해 왔으며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영국 조기총선 필요성을 논하기도 했다. 스타머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한 조직적 소녀 강간이 16년이나 지속된 게 최근 밝혀지면서 스타머의 검찰총장 시절과 겹친다는 점, 오히려 범인들을 비난한 사람들을 혐오발언으로 처벌한 점 등도 머스크의 공격 대상이 됐다.

노동당 정부의 지지율 추락은 출범 초기부터였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머스크가 지지해 온 영국개혁당, 극우 취급 받아 온 이 신생 정당보다 겨우 1%p 앞서 있다. 그럼에도 스타머는 폴리티코 유럽판 인터뷰에서 2029년 중반까지인 임기을 채울 것이라며 차기 총선 승리와 10년 재임의 포부를 드러냈고, 우크라 방문 후 이튿날 폴란드를 찾아 해방 80주년을 앞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헌화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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