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총회 파행… 법정다툼 피할 수 없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경영·CEO

22일 오후 SMC 영풍 주식 취득… 영풍·MBK 의결권 감소
중복 위임장 문제로 1시52분 시작… 영풍 법적 대응 예고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3 14:11:11

“회사의 모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해당 주식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려아연 박기덕 사장)”

“법적인 검토 없이 최윤범 회장의 편법을 받아들여 내린 불공정하고 위법한 결정이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영풍 측 대리인)”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 의결권 계산에 대한 의견 충돌로 아침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임시주총은 오후 1시52분께 겨우 시작했다. 그러나 영풍 지분 약 25%(약 526만2000주) 대한 의결권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 MBK파트너스 연합의 의견 대립은 심각했다.

임시주주총회의 핵심은 MBK·영풍이 추천한 이사 14명과 고려아연 측 7명 중 어떤 인물들이 이사로 선임돼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주주총회에 불참했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의장을 맡아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의결권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 중복 사례가 발생해 직접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작이 지연됐다. 여기에 주주총회가 시작된 후에도 일부 주주들이 출석 주주 숫자와 대상 주식 수를 공개하는 절차를 요구하며 주주총회가 끝도 없이 늘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일부 주주 중 고려아연과 영풍 측 모두에게 위임장을 낸 사례가 있어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복 위임장 외에도 문제가 된 것은 순환출자 구조에 따르면 영풍의 의결권이었다. 21일 법원이 고려아연 측이 추진한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MBK와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MBK·영풍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며 구도가 변했다.

고려아연은 22일 저녁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정밀 등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 일부를 취득했다. 고려아연은 SMC가 취득한 주식 수가 영풍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3%에 해당해 상법 규정에 따라 고려아연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 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고려아연 측 해석이 받아들여진다면 MBK·영풍 측 의결권이 46%에서 20%대로 떨어지게 된다. 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영풍의 의결권이 감소하게 됐다.

의결권 계산 방식에서 양측의 의견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주총회가 진행되더라도 추후 양측이 추가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영풍 측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겠다”면서도 “의결권 제한에 대한 법적 대응 또한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