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이자장사’ 기댄 은행 이제는 혁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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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1 00:02:30

예상대로 호실적이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16조419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새로 썼다. 작년 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지출로 연간 손익이 감소하지 않을까 우려됐으나 오히려 더 늘어났다.

속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4대 금융지주는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들 4곳의 이자이익은 총 41조876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2000억 원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334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컸다.

혁신 성장과도 거리가 멀었다. 금융지주 핵심 자회사인 4대 은행은 작년 상반기 높은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했고 금리 인하기를 맞은 하반기엔 가산금리를 올리며 이자수익을 확보했다.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은행연합회에 4대 은행의 신규 예대금리차는 작년 12월 평균 1.46%p로 8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자 중심 성장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자이익의 핵심인 대출자산 성장세가 정체된 게 첫 번째 문제다. 2023년 말 1207조 원이었던 4대 금융지주 원화 대출자산은 작년 9월 말 1297조 원으로 7.5% 늘었으나 12월 말엔 1288조 원으로 0.7% 감소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평균 1.92%에서 1.84%로 하락했다. 내수 부진·환율 급등 등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이자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 40개 중 국내 은행은 한 군데도 없었다. 정부 입김이 강한 중국이 9개로 가장 많아 관치금융 핑계를 댈 수 없다. 한국과 국내총생산(GDP)이 엇비슷한 스페인·네덜란드도 GSIB를 보유하고 있어 경제력 문제로 보기도 힘들다.

삼성전자 등 세계 무대를 누비는 제조업체들이 즐비한 한국에 글로벌 은행이 없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배경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분명한 건 하나다. 이자 중심 성장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는 데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4대 금융지주 비이자이익 비중은 평균 19.45%로 20%가 채 안 된다.

글로벌 은행은 다르다.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인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그룹·웰스파고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023년 기준 39.33%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자수익에 실적이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미국 금융그룹은 주식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밸류업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4대 금융지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자 의존도를 낮춰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익 다각화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금융 기법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적 구성도 디지털 인재 중심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작년 10월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한다. 그 차이가 뭘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시달리기 싫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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