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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 관련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부각되는 등 ‘아베의 유산’이 집중 거론됐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정적’이었던 아베의 전략을 구사해 상대방 마음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에선 이시바가 트럼프를 추켜세우는 등 거리감을 좁히려 애썼으며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9일 보도했다.
중국 봉쇄를 겨냥한 인도·태평양 개념 등을 제출하며 일본 스스로 책임 분담을 늘린 아베의 기조에 트럼프가 깊이 감명을 받았다는 측면이 대부분 무시된 분위기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가 작년 7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귀를 다친 직후 찍힌 사진을 이번 회담에서 언급해 주목된다. “역사에 남을 한 컷, 틀림없이 그때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확신했을 것”이라고 말해 일본 정치인 가운데 드물게 기독교신자인 이시바의 “최고급 립서비스”로 풀이됐다.
이시바는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와 경쟁했으며 비주류로 아베와 대립각을 세운 사이였다. 총리 취임 이전의 이시바는 이대칭적 양국관계에 이의를 제기하며 미·일 지위협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곤 했다. 작년 12월 요미우리 인터뷰 때만 해도 "아베 전 총리에게 그의 방식이 있듯 나도 내 나름대로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아베가 했던 것처럼 트럼프의 성격과 행동원리를 분석해 기분을 맞추며 띄워주기 등이 우선됐다.
2022년 불의의 피습으로 별세한 아베 전 총리가 생전 회고록에서 "아부만 한다며 한심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칭찬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잘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시바 역시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칭송하며 기자회견 중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 간 개인적 친분이 양국관계 기초를 다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부부는 아베 사후 미망인 아키에 여사의 안부를 자주 챙기며 당선 직후 따로 플로리다 저택 마러라고에 따로 초대했을 정도다.
트럼프 선물용으로 이시바의 지역구(돗토리현) 업체에 제작 의뢰한 16만8000엔(약 162만 원)짜리 '황금색 사무라이 투구'도 화제였다. 아베가 트럼프의 금색 취향을 감안해 금색 골프채를 증정한 적이 있어 일본 정부는 제작 의뢰 시 금색을 최대한 사용할 것, 실제로 착용 가능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손자들도 기뻐할 선물"이라는 총리 관저 관계자 발언이 전해졌다.
이시바가 아베의 태도를 본받아 성심으로 트럼프에게 접근함으로써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무모한 요구를 미연에 방지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올해 초 미일 정상회담에 대비한 모임에서 정치가·관료·기업인 등으로부터 한목소리로 트럼프 행보에 맞추도록 조언을 들었다며, "추켜세우고 또 추켜세워 (트럼프 대통령)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게 나답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주위에 토로했다는 전언도 소개됐다.
공동 기자회견 때 트럼프가 40분 회견 내내 아베를 친근하게 '신조'로 호칭하면서 다섯 번이나 언급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이후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이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데 일본 조야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편 아사히는 이시바 총리가 일본의 대미 공헌을 적극 부각해 관세 부과와 방위비 증액 압박을 피했다, 마이니치신문에선 예상 초과의 요구가 없어 일본이 안도했으며 미국은 자연스레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등 '실리'를 챙겼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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