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운영’ 주장을 최초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홍 전 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 작성과 관련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메모가 4종류가 있었으며, 메모가 그 중 하나라고 언급한 후 윤 대통령 또한 홍 전 차장 발언을 적극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헌재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첫 증인이었던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한 신문이 끝난 직후 의견 진술 기회를 얻었다. 그는 “대통령인 제가 국정원 1차장인 홍장원에게 전화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며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경위를 매우 자세하게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며 방첩사에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라고 국회와 헌재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증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원장이 국내에 있느냐, 미국에 출장 중인가에 대한 오해 때문에 (홍 전 차장과) 전화를 부득이하게 돼서 지금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 같다”라며 “그런 점은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정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홍 전 차장에게 ‘원을 잘 챙겨라.’라고 전화했다”라며 “받지 않고 20여 분 있다 (홍 전 차장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딱 받아보니 저도 반주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딱 보니까 술을 마셨더라. 본인도 인정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당시 답변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국정) 원장이 부재중인데 원을 잘 챙겨라.”라며 “홍 차장한테 전화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고 끊었다”라며 “원래는 답을 ‘원장님은 서울에 계신다’라고 해야 했는데, 답 없이 ‘알겠습니다’라고만 하더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조 원장이 참석한 것을 봤다”라며 “원장님이 부재중인 줄 알았는데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모시고 오길래 깜짝 놀랐다”라고 밝혔다.
홍 전 차장에게 다시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니 해외 순방 때 국정원 해외 담당 파트가 경로 정보를 협조하니까 격려 전화를 했다”라고 밝혔다.
통화 내용에 대해 윤 대통령은 “원장 부재중이라 잘 챙기라고 했는데, 왜 원장이 계신단 말을 안 했냐가 처음 한 얘기”라며 “방첩 사령관과는 육사 선후배니까 방첩사 지원을 잘 해줘라, 대공 수사권은 없지만 국가안보조사국을 대신 만들어놨으니 간첩 정보가 있고, 국정원은 특활비나 자금이 많으니까 후배 있는 (방첩사를) 잘 챙기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해임한 점을 근거로 들면서 “홍장원과 제가 부적절한 뭐가 있었다면 즉시 원장 판단에 따라 조치하라고 못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몇 가지만 정정하겠다”라며 “아까 국정원장이 홍 전 차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저한테 처음 한 게 12월5일쯤이라고 말씀했는데 저는 12월 4일 밤이라 분명히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이 전화 통화로 홍 전 차장 해임을 건의했다”며 “분명한 건 몇 달 전부터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해 원장의 신임을 많이 잃은 상태였단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조태용) 원장한테 한 소리했다. ‘아니, 주례 보고를 하는데 국정원 1차장이 원장 신뢰를 잃은 상황이면 이만큼 중요한 정보가 어딨느냐. 왜 나한테 이걸 미리 보고 안 했냐?’고 했더니 ‘관찰 좀 하다 보니 늦었다’더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는 즉시 ‘원장님이 쓰는 사람인데, 그렇게 신뢰를 못 하겠다면 인사 조처 하십시오. 후임자가 누가 좋은지 생각해서 알려주십시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는 앞에서 홍 전 차장 해임안을 재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6일에해임안 건재가 건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올라왔다”며 “그날 제가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의원 총회를 하는데 대통령께서 오셔서 비상계엄 경위와 과정에 대해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가기로 했는데, 한동훈 대표가 ‘오실 필요 없고 자기가 관저로 오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당시 대표가 보는 앞에서 홍장원에 대한 해임 재가를 결재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기다렸다”며 “12월6일 아침에 제가 홍장원에게 (체포조 지원을) 지시했다는 기사가 나서 오해가 생기니까 한동훈 대표한테 ‘이거 봐라, 내가 홍장원한테 약점 잡힐 일이 있으면 재가하겠나?’ 하면서 들어와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가기 전에 재가하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일들을 조합해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뒷다리 잡는 이야기를 소추인단 측에서 많이 하는데 상황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홍 전 차장이 저와 여러 차례 술을 먹었다는 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녁하면서 반주를 딱 한 번 했다. 국정원 보고가 제일 뒤 순서로 가면서 저녁 타임을 놓치게 돼 같이 저녁을 했다. 저는 기억력이 아주 정확한 사람이다. 딱 한 번 식사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밖에서 홍 전 차장이 ‘대통령과 술도 먹고 가깝다, 대통령 부인하고 가깝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공직 위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극 부정했다.
“洪, 공관 앞에서 썼다 했지만 본인 사무실 있었다”
문구 추가·가필 주장 尹측 “정보위서‘'野, 洪 인사청탁’” 의혹"
한편, 이날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선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그는 당시 국정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며 메모는 4종류가 있었고 문제의 메모는 그중 하느라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는 말을 지난주 헌재 증언에서 처음으로 들어 사실 파악을 해봤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CCTV로 확인해 보니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했다는 12월3일 오후 11시6분쯤 공관이 아닌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4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6분쯤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인형 전 방첩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갑자기 적게 됐다고 했다.
이를 조 원장은 당시 홍 전 차장이 공관이 아닌 국정원 청사에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진술한 것이다. 아울러 조 원장은 체포 명단 메모가 홍 전 차장과 보좌관이 작성한 것을 포함해 총 네 종류가 존재한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자신이 쓴 메모를 보좌관에게 줘 정서시켰다고 하니 2개가 있는 셈인데, 담당 보좌관이 홍 전 차장에게 정서한 메모를 전달했고 12월4일 늦은 오후에 홍 전 차장이 다시 한번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작성해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보좌관이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썼고 이것이 세 번째 메모”라며 “해당 보좌관은 파란색 펜으로 사람 이름만 썼고 동그라미를 치거나 '방첩사'라는 문구 등 가필은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에서 파란색 글씨로 적힌 이름과 직책은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적은 것이었고, 이후 누군가가 동그라미를 치거나 ‘1조, 2조’,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 등의 문구를 추가하며 가필했다는 이야기다. 조 원장은 또 작년 여름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홍 전 차장이 야권 인사에게 여러 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말을 듣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됐다고도 언급했다.
조 원장은 “정보위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계셨던 어느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 사람을 통해서 7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며 “그 얘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고, 정치 중립과 관련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야권 포섭 의혹도 재차 부각됐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국정원에 있었던 야당 의원이라면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나 박선원 의원이냐?”고 묻자, 조 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가 “홍 전 차장이 박지원 또는 박선원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7차례 했다는 취지냐”고 재차 묻자, 조 원장은 “그렇게 야당 의원이 발언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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