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엄해제 표결에 90명 불참 이유는?”… 특검, 추경호·나경원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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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의 통화 내역 정밀 분석

우원식 이어 조경태 참고인 조사
의총 장소 변경·본회의 지연 ‘왜?’
安 “정치보복”… 특검 “증거기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10 15:16:56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여권 핵심 인사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을 시작으로 현역 의원 소환을 본격화하는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과 나눈 통화 내역을 핵심 단서로 주목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내란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해제 지연’과 ‘2차 계엄’ 모의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국회가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3분부터 윤 전 대통령이 오전 4시26분 해제를 선포하기까지 3시간23분이 걸린 이유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합참 지하 결심지원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30분간 회의 후 집무실로 이동했으며, 이후 2시간 넘는 공백 행적이 규명되지 않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 질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아울러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표결 방해 의혹도 조사 중으로, 윤 전 대통령과 통화 후 의총 장소 변경, 본회의 개의 지연 요청 등이 공모 가능성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내란특검은 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며 당시 국회 봉쇄 상황과 표결 무산 경위를 청취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계엄 당시 여당 소속이던 김상욱 의원을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11일에는 조경태 의원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특검은 조 의원 조사 후 여당 의원 2~3명에게 추가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핵심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불참한 경위다. 표결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다수의 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추 전 원내대표와 통화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당사에 있을 때 대통령 전화를 받았고, 담화문에 있던 내용을 전하며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 짧은 통화였다”고 해명했다. 나경원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답답함과 미안함을 전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통화 직후 의총 장소 변경이 잇따른 점, 다수 의원이 당사에 머물다 표결에 불참한 사실 등을 종합해 의도적 방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윤 전 대통령의 통화기록에는 이 외에도 계엄 선포 전후 박성재 법무, 조태열 외교, 김영호 통일 장관 등 국무위원과의 통화, 계엄 다음 날 ‘삼청동 안가 모임’ 참석 예정자들과의 통화, 그리고 계엄 사흘 뒤 보수 유튜버 고성국 씨에게 5차례 전화를 건 내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기록이 표결 방해 지시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내란특검의 행보는 명백한 정치보복 수사”라며 “정권 교체 이후 전직 대통령과 여당 주요 인사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의회 다수당의 횡포에 맞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한 행위를 범죄로 몰아가려 한다”며, 특검의 수사 동기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즉각 반박했다. 특검 관계자는 “정치적 해석은 각자의 몫이지만, 수사 과정은 철저히 법과 증거에 근거하고 있다”며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하거나 보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표결 방해 의혹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이기에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국민적 의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의 향후 계획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당시 국회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 재구성이 진행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리 검토가 마무리되고 핵심 쟁점이 확정되면, 주요 피고발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파나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관련자 전원을 철저히 조사해, 헌정 질서를 훼손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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