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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칼럼] 머니볼과 의대열풍
미중의 파격 대우 vs 고용불안 조기퇴직
애국심 강요 끝난 시대 보상체계 무너져
의대 쏠림 현상 국가경쟁 방치한 정치탓
이상준 필진페이지 + 입력 2026-11-01 15:59:58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수석고문(왼쪽). 스카이데일리 자료사진
 
 
 
홈런 타자를 내보냈다. 호타준족도 붙잡지 않았다. 빌리 빈은 2002년 시즌을 앞두고 타선에서 핵심타자를 팔았다. 거포 1루수 제이슨 지암비는 뉴욕 양키스로 갔다. 발 빠른 자니 데이먼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가난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살림을 맡았던 빈은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버텼다. 홈런과 도루 대신 출루율과 볼넷을 중심으로 타선을 꾸렸다. 
 
머니볼은 가성비 전략이었다. 홈런으로 타점을 올리는 스타보다 어떻게든 출루해서 득점을 올리는 선수를 모았다. 한물간 노장 데이비드 저스티스와 반쪽짜리 포수 스캇 해티버그는 빼어난 선구안으로 지암비와 데이먼의 빈자리를 채웠다. 출루율(OBP)과 장타율(SLG)에 집착한 결과는 20연승 신기록과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103승 59패)였다.
 
선택과 집중은 국가 전략에도 필요하다. 자본과 인재가 넘치는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 마치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것과 비슷하다. 양키스처럼 잘나가는 미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 핵심기술에 집중한다. 양키스가 홈런타자와 강속구 투수를 모조리 영입하듯 미국 기업은 금융과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인재를 싹쓸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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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레드삭스를 닮았다.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목표로 삼듯 중국도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인다. 레드삭스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데이먼을 영입했다. 데이먼이 잘 치고 잘 뛴 레드삭스는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중국은 미국의 약점인 제조에 집중했다. 중국이 이공계와 제조업 투자를 아끼지 않자 중국 인재도 앞을 다투어 이공계를 선택한다. 
 
북한은 머니볼처럼 인재를 관리한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곤궁한 북한은 핵과 물리학, 컴퓨터 전공자를 우대한다.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가 최근 8조 4천억원대 가상화폐를 탈취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북한 상품수출보다 3배나 많다. 가상화폐를 훔치고 각종 정보도 뺏는 해커야말로 가성비 최고인 자산이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인재는 유독 의대로 몰린다. 과학자와 잘사는 나라가 개인과 사회의 목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한국 수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의사를 꿈꾼다. 고용 불안과 짧은 정년이란 사회체제를 고려할 때 서울대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느니 지방대에서 의예과를 다니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홈런타자는 물론이고 출루율 높은 타자도 없는 셈이다.  
 
기괴한 의대 쏠림은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 청년은 애국심이나 이타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공계 석학과 인재가 일자리를 찾아서 중국으로 떠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과 사회가 보장하는 미국식 미래도 국가 전략에 따른 중국식 보상도 없다. 한국 수재들은 정부가 방치한 국가전략과 보상체계 속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각자도생이란 한국 문화가 낳은 적자생존 방식이다. 
 
머니볼이 보여준 기적이 철저한 전략의 승리라면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은 국가 미래를 팽개친 정치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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