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속성-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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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목사의 시(詩)와 인생

스카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5-27 11:32:01

▲ 사진=위즈데이타

인간의 속성

부지런한 벌과

게으른 배짱이는

인간들이 지어 낸 책에 있는 이야기다.

풍류을 아는 배짱이는 말이없다

꿀을 착취당하는 벌도 침묵한다.

다만 인간들이 조작한 거짓 글에만 나온다.

외부 침입자를 무참하게 죽이는 벌과

여름 한나절 노래를 하는 배짱이

모두 본능적으로 먹이를 찾지만

한번도 마주친 적도 없고

인간처럼 탐욕도 없고 싸움도 없다.

애매한 벌과 배짱이

왜 그렇게 했을까

국민교육적 차원에서 그랬단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벌 같은 인간보다

풍류를 아는 사람이 더 멋있다는 이야기가

어느 때 또 나올까 궁금해진다.

자기가 편리한대로 거짓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 내는 인간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거리가 된다.

<深頌(심송) 안호원>

☞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사람의 사는 속성을 자기중심적인 것이라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채 초점을 둘 때 이 세상은 각박한 앵글로 잡힌다. 반대로 삶의 속성을 이타적인 것이라고 둘 때 이 세상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이리보면 이렇고 저리보면 저렇고 소위 말하는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면 삶 자체의 속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공포감이다. 아니 이리 보려고 하고 저리 보려고 하면서 이리저리 조작하는 것이 정확한 의미일 것이고, 그 주인공인 사람들이 그런 공포의 실체로 그려진다. 시인이 보는 세상이 그렇게 보였다. 현실은 가상현실이고 꿈이며, 사람들이 저마다 서로를 그렇게(무섭게) 그린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벌과 베짱이 이야기를 인간이 편리하게 지어내 그들만의 세상을 인간의 눈으로 걸어 놓았다. 비유적 또는 은유적 표현을 위한 것이지만 그것을 빗대 시인은 인간사회가 늘 이런 식이기에 정의와 불의가 혼돈 속에 있음을 시선에 잡아둔다.

옳은 것은 없다. 사랑도 없다. 그렇다고 틀린 것도 없고 미움도 없다. 인간사회에서는 어차피 이현령 비현령이니 진짜 오리지널 바름과 오리지널 사랑이 무엇인지 서로가 모른다. 알아도 상황에 따라 무수하게 변모하니 헷갈린다. 신기하지만 사실인 것이다.

시인은 인간의 속성을 “자기가 편리한대로 거짓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 내는 인간”이라고 벌과 베짱이를 빗대 단정 짓는다. 시인의 지적이 틀리다고 삿대질을 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저마다의 말과 행동에 자기 편리한 대로 만들어 내는 기술들의 전쟁터 내지 연기마당이 오디션이라고 해둘까. 그것을 서로서로 알고 속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것이 싫다고 해서 피해나갈 운명도 아니다. 하물며 지고한 사랑도 이현령 비현령에 낚이는 세태가 부지기수이건만 일상의 삶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우리가 기댈 것은 스스로를 진정성이 높은 자아로 끊임없이 트레이닝 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빠른 지름길은 모든 나쁜 감정들을 나의 탓으로 돌리는 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