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부담되는 지출 중 하나는 동물병원 치료비용이다. 반려동물의 병원비는 사람과 달리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적 보장제도인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이용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에게 소비자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은 1회 평균 진료비로 8만3000원을 지불하고 80.7%의 소비자들이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다양한 펫보험이 출시됐지만 높은 보험료로 인해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펫보험 관심 높아지고 있지만…보험료 여전히 부담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최근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행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0%는 펫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 남성층에서 펫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할 의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펫보험에 가입한 응답자도 89% 정도가 향후 보험을 갱신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펫보험에 가입하는데 있어 가장 눈 여겨 보는 것은 보장범위(29%)였다. 이외에도 △납입 보험료 △회사 신뢰도 △지급 보험금액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펫보험의 보험료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펫보험 가입(갱신) 의향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들 대다수가 그 이유로 ‘가격대(보험료) 부담(44%)’을 꼽았다.
실제로 반려인들 대다수는 보험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비용적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펫보험에 가입한 반려인 김현숙 씨(49·여)는 보험가입으로 혜택은 보았지만 보혐료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키웠던 반려견 사랑이가 선천적으로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견 소미는 병원치료에 대비하기 위해 펫보험을 들었죠. 2019년 초에 가입을 해서 3년 갱신으로 보험료는 월 3만원 정도에요. 품종견일 경우 더 비싸지는데 소미는 믹스견이라 보험료가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사람 보험보다는 비싸죠. 최근에 소미가 슬개골이 탈구돼 조만간 수술을 할 예정인데 이것도 보험금 청구가 돼서 부담을 덜었어요.”
펫보험에 대한 홍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 조영자 씨(59·여)는 펫보험의 존재 조차 알지 못했으며 아직은 펫보험 가입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반려견 초롱이가 아직 어려서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굳이 보험에 가입해야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돈으로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향후 펫보험 혜택이 좋아지고 가격이 보다 저렴해진다면 가입도 고려해볼만한 것 같아요.”
반려인 구문원 씨(35·남)는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낸 경험을 한 후에 펫보험에 가입한 경우이지만 여전히 보험료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반려견 송이는 소형견으로 슬개골 탈구가 잘 일어나요. 그래서 펫보험을 들게 됐죠. 처음에 펫보험을 몰랐을 때는 슬개골 수술로 200만원이나 들었어요. 이러한 경험에 의해서 적금을 드는 것보다 펫보험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 비해서 펫보험의 혜택이 좋아진건 사실이지만 비싼 가격은 펫보험을 망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송이 주변만 봐도 펫보험을 가입한 경우가 하나도 없어요. 권유를 해도 ‘그래?’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다수예요.”
반려인 김대호 씨(27·남)는 수십만원의 병원비를 지불한 경험을 한 후에야 진작에 펫보험을 들어놓지 않아 후회를 했다고 말하면서도 고액의 보험료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반려견 토르가 음식을 잘못 삼켜서 식도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토르가 입에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가서 동물병원을 급히 찾았죠. 그런데 병원비가 80만원이나 나왔어요. 펫보험을 한달에 5만원씩 낸다고 가정했을 때 1년이면 60만원밖에 안하는데 그제서야 펫보험을 들껄 후회됐죠. 그런데 토르가 비숑프리제라 그런지 보험료가 만만치 않아 아직 고민중이에요.”
가장 적합한 펫보험 가입…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작은 투자
펫보험은 사람의 실손의료보험과 비슷하다. 지출한 동물병원비의 일부를 지급하는 ‘의료비 실비 보상형’ 상품이다. 여기에 여러 상황에 대비해 특약을 붙일 수 있다.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물었을 때에 대비한 배상책임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상품구조를 보면 보험료에 따라 의료비의 50% 또는 70%를 돌려주며 하루 1만원 안팎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영양제와 백신, 건강검진 등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수술·입원비의 ‘체감 보장률’은 70%에 조금 못 미치고, 외래진료비는 50%를 약간 웃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펫보험 시장은 초기 단계다. 메리츠화재가 80%대 점유율로 앞선 가운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메리츠화재에는 반려견 약 3만 마리, 반려묘 약 3000마리가 가입했다. 보험사마다 조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는 펫보험 가입이 제한됐던 미등록견의 가입을 허용하고 슬개골 기본보장, 보험금 동물병원 현장접수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타 보험사의 펫보험의 보장기간이 1~3년으로 계속 재가입을 해야 하는 반면, 메리츠화재는 한 번 가입하면 반려동물이 만 20살이 될 때까지 실손 의료비를 보장한다. 가장 많이 가입하는 반려견 품종인 토이푸들의 만 0세 기준 월보험료는 3만3400원이다. 통원의료비(연간 500만원 한도), 입원의료비(500만원), 배상책임(1000만원)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삼성화재의 애니펫은 6개 플랜과 3개 특약을 조합할 수 있다. 종합 플랜을 선택하면 입원·수술·통원비, 배상책임 등은 물론 사망위로금까지 지급한다. 상해 또는 질병으로 동물병원을 내원 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병원비의 70%를 보상한다.
산책 도중 사고에 대비한 이색상품인 캐롯손해보험의 ‘스마트온펫산책보험’도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이 상품은 치료비 보장 중심이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 산책 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됐다. 산책 1회당 44원으로 배상책임, 실종 수색비용, 사망위로금을 보장한다. 한편 반려견과 반려묘 이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아직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외국에선 펫보험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펫보험이 존재하긴 하나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 비해 영국, 캐나다, 일본은 보험 이용이 활발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특히 영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23%로 스웨덴에 이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고 캐나다는 2019년 기준 약 3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보험에 가입한 상황이었다. 일본 또한 보험 가입률이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격년으로 동물병원의 수입 동향을 조사한 ‘The Veterinary Fee Reference’를 발간해 소비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행동강령 운영을 통해 처방전과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과도한 가격 청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가격 경쟁으로 인한 진료의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GOT’로 불리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로 최저 진료비의 3배 이상은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다양한 펫보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반려인들의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며 반려동물이 아플 때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펫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보험 상품 중에는 보험료와 보장범위, 가입 조건 등을 비교해 가장 적합한 펫보험을 선택하고 가입하는 것으로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작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국내 펫보험의 활성화를 위해선 외국의 사례들을 파악하고 좋은 점들을 반영하는 보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