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토장’ 된 국민의힘 최고위 회의… 李는 침묵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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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尹 정리’ 李 발언 사실”… 김기현 “시대적 사명 중시해야”
배현진‧정미경 등도 맹공…“누군가에 좌지우지되는 1인 정당 아냐”
李, 대선주자 토론회 취소로 일보 후퇴… 최고위 모두발언권 넘겨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17 14:42:00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통화 녹취록' 및 ‘정리 발언'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 월권 논란, 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장 인선, 국민의당과의 합당 불발까지 겹쳐 당 안팎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 대표로부터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될 것이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제가 원 지사와 통화했는데 틀림없는 사실이다.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까 녹음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같은 날 공개된 언론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 선관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당내 중진 대부분이 (대선) 캠프에 가 있어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말고) 선관위원장을 할 사람이 없다.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지지율 1위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다 못해 ‘금방 정리될 거다’고 얘기하는 건 사실 좀 믿기 어려운 얘기다”면서도 “지금 당대표가 할 일은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는 게 유일한 사명이자 소명이다. 지지율 1위 후보에 대해 ‘곧 정리된다. 토론회 두 번이면 끝장 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면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고 질타했다.

17일 비공개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최고위) 회의에서는 한 시간 이상의 격론 끝에 18일로 예정됐던 대선주자 토론회가 취소됐다. 임승호 대변인은 “기존에 계획했던 18일·25일 토론회는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서 위원장의 선관위원장 임명 여부도 논의됐다. 임 대변인은 “최고위는 대선 경선을 위한 선관위를 26일 출범하기로 했다”며 ‘서 위원장이 위원장에 내정됐나’라는 질문에는 “결정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서 위원장이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의 친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공정성 의혹을 제기 중이다.

합당 불발과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18대 대선 당시 대구·경북에서 80％ 이상 투표해서 80％ 이상 득표했음에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겨우 3％ 차로 이겼다. 지금 안철수 대표 지분은 그보다 훨씬 높다”며 “안 대표와는 결국 같이 가야 되고 우리가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당 지도부는 시대적 사명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 외에도 배현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공당이기에 누구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1인 정당이 아니다”고 지적하거나, 정미경 최고위원이 “그 어떤 유·불리도 정권교체보다 앞서 판단하지 말라는 게 시대적 요구다”고 강조하는 등 공세가 이어졌다.

여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이 대표는 침묵했다. 그는 최고위 회의에서 “특별한 모두발언은 없다”고 말하며 김 원내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기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