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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시절 시민단체(NGO)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정부·여당에 대거 진출하자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됐다. 시민단체가 국민의 혈세를 받은 요직의 통로가 됐다는 비판이 빗발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일부 시민단체가 친(親)정부 활동에 매달리면서 국고보조금을 사적인 용도로 전용하거나 불투명하게 처리한다는 비판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감사원이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보조금 집행 내역 전체를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사의 목적은 ‘보조금 횡령’ 혹은 ‘회계부정’ 여부를 조사하고 확인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자는데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시민단체 1716개를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집행’ 특감에 최근 착수했다. 특별조사국 인력을 투입해 시민단체의 보조금 횡령 등 회계부정 여부를 점검하고 정부의 보조사업자 선정, 보조금 교부 및 정산을 비롯해 관련 업무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점검대상에는 행정안전부·통일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여성가족부·서울특별시 등 7개 기관뿐 아니라 각 기관이 지원하는 민간단체도 포함된다.
시민단체와 업무 관련성이 높은 기관을 위주로 선정했으며, 8월말까지 국민 신고도 받기로 했다. 정부 재정지원금의 무자격 청구와 과다 청구, 목적·용도 외 사용, 오지급등 회계부정 등이 신고 대상이다.
시민단체의 보조금 사용을 감독하고 환수하는 작업은 보조금을 지급한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관장하고 있다. 아울러 국세청도 시민단체의 보조금과 기부금 지출 내역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시민단체 수는 1만5000여개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체 시민단체 중 최소 10% 정도에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보면 된다”라고 추정했다. 보조금 수령 단체가 최소 1500개에 이른다는 의미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 나선 배경으로 시민단체 수, 보조금 지원 규모가 증가한 점, 최근 모 민간단체의 회계부정 문제 제기 및 관련 재판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 등을 꼽았다. ‘모 민간단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사건을 소환하기도 했다.
정부는 앞서 문재인정부에서 친(親)정부 활동을 펼치면서 사실상 ‘권력화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일부 시민단체에 대해 국고 보조금 집행 내역 전반을 감사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 대선 후보시절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과 결탁한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을 전액 환수하겠다”며 ‘윤미향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바 있다.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의 핵심은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 자금유용 등이 확인되면 국세청이 의무적으로 3년간 개별 검증에 나선다는 방안이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던 윤미향 의원(무소속)의 후원·보조금 횡령 사건을 의미하는 ‘윤미향 사태’를 직접 저격한 셈이다.
이에 감사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4월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처리 등 회계집행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감시)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3월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시민단체 회계 비위 관련 보고’를 통해 “시민단체의 회계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감사원의 회계 감사 전문가가 시민단체의 회계 집행·처리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문 업무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며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사업부터 (모니터링 작업을) 우선 적용하고 추후 시민단체의 기부금까지 이를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국세청과 행정안전부도 시민단체 회계 부정건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공약에 관여한 시민단체들이 정책과 인사를 주도하며 ‘장외(場外) 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 자료 등에 따르면 2017년도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와 여당에 입성한 인사 가운데 시민단체 출신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54명 중 9명(17%), 중앙부처 장관 18명 가운데 3명이 시민 단체 출신이었다. 민주당 의원 177명 중에서는 19명(11%)이 각종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 목소리가 국정에 바르게 반영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일부 시민단체가 사실상 ‘비선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정부 시절 ‘시민단체 공화국’으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9년 기준 3만7000여 시민사회단체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으며, 대부분 정부·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이나 용역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입법·사법부에 이은 ‘제4부’를 언론이라고 하듯이 ‘제5부’는 ‘시민단체’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겠다며 만든 단체가 정부 돈을 받고 수익사업에 나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 정부 들어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연륜있는 시민단체가 정부 요직에 참여하며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을 주도하면서 정권 진출의 통로 구실을 하기도 했다.
실제 시민단체의 회계 집행 문제는 2020년 발생한 ‘윤미향 사태’에서 확인 할 수 있는데 검찰은 같은 해 9월 윤미향 의원을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윤 의원과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간부가 2013년부터 7년간 유령 직원을 내세워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3억23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고 발표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사안을 뜯어보면 윤 의원 등이 2013년 1월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을 통해 국고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정대협에서 잠시 근무했다 퇴직한 직원이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날조해 보조금을 챙겼다.
후원금도 사적으로 사용했다. 2016~2019년 정대협과 정의연의 국고보조금 13억4300만원 가운데 지난해 받은 5억3000만원만 공시하고 처음 3년간의 기부금을 0원으로 기재했다. 윤 의원은 후원금을 개인 계좌로 받았는데, 이를 두고 ‘법을 잘 몰랐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윤 의원은 끝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사과했을 뿐 계좌에 들어온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광복회원들 사이에서 사퇴 촉구 시위까지 불거진 김원웅 전 광복회 회장은 독립 유공자 자녀들에게 써야 할 자금을 빼돌려 본인 옷·이발비·맛사지비 등으로 쓴 사실이 보훈처 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국회 내 카페 운영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돼 지난 2월 퇴임했다. 이와 별개로 윤 정부 들어 실시된 감사에서 8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수천만원의 법인 카드 유용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6월부터 국가보훈처가 한 달간 광복회를 감사한 결과 △출판사업 인쇄비 5억원 과다 견적 △카페 공사비 9800만원 과다계상 △대가성 기부금 1억원 수수 △기부금 1억3000만원 목적 외 사용△ 법인카드 2200만원 유용 등 비리 의혹 총액이 8억원이 넘었다. 특히법인카드 사용액 7900여만원 가운데 2200여만원은 업무와 관련이 없었다. 개인 가발미용비, 목욕비, 반찬비, 병원비 등에서부터 빵, 김밥, 떡볶이 가격으로 쓰였다.
‘반일 여론’이 특히 심했던 문 정부에서 윤 의원과 김 전 회장은 ‘반일운동과 친일파 색출’에 목청을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취임 직후부터 이승만 대통령과 안익태 선생, 백선엽 장군을 ‘친일 반역자’로 매도하고 파묘를 주장하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에서도 주거, 복지, 청년, 에너지, 남북 교류 등 전방위적으로 시민단체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시장 재임 10년간 시민단체에 1조원 가까운 예산이 지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가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한 시민단체는 2016년 1433곳에서 지난해 3339곳으로 급증했다. 5년간 지원한 예산만 7111억원으로 이는 5년간 시민단체 공모사업지원액은 3.6배· 지원 대상 단체 수는 2.3배로 늘었다. 일례로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를 앞세워 추진했던 마을생태계 조성사업은 지원금 절반이 인건비 등 행정비용으로 사용됐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시 마을생태계 조성사업 예산 83억 원 가운데 중간지원조직 운영비에만 44억 원이 투입됐다. 시민이 수혜를 본 ‘주민공모사업’ 예산은 16억 원에 그쳤다. 시민단체 출신이 지자체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돼 보조금 지원 업무사례도 있었다. 미니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 임원들이 참여한 후 집행부서인 서울시 위원회에 들어가 내부 정보를 받아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타냈다는 불법 행위가 밝혀지기도 했다. 친여(親與) 성향 협동조합 세 곳이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의 50%를 독차지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8월 기준 협동조합·업체 68곳 중 14곳이 현재 폐업한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대대표는 “권력이 세금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면 시민단체는 정치적 지지로 보답했다. 시민단체가 관변단체 혹은 정치 예비군으로 전락했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시민단체의 부패와 타락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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