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1-08 07:35
뉴스 > 증권
[이슈진단] 부동산 침체로 위기 맞은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에 증권사 유동성 ‘빨간불’
증권사 PF 대출 채무보증 규모 24.9조… 8년 만에 5배 증가
차환 거부 이어지면 내년 초까지 月 8조~10조 보증 이행해야
중·소형사, 자기자본比 브릿지론 20%… 대형사보다 2배 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3 14:30:01
▲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채무보증은 2013년 5조9000억 원에서 올 6월 24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호황에 편승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늘려온 증권업계에 부실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부동산 PF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PF 사업을 계속 진행하지 못할 경우 채무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은 시행사 대신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중·소형사에게는 더 큰 위기다. 고위험 PF 비중이 높고 현금이 부족해 보증이행 과정에서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관리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차환 거부 늘자 자체자금으로 메워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총 11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35조2000억 원이었던 점과 비교해 8년 사이 세 배 이상 커졌다. 이 중 증권사의 PF대출 잔액은 2013년과 올 6월 모두 3조3000억 원에 그쳤다. 다만 증권사의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은 2013년 5조9000억 원에서 올 6월 24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PF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증가, 보증수수료 수익 확대 노력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개발사업 대출인 부동산 PF 과정에서 증권사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 대주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시행사에 자금을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시행사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끼고 PF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이에 대해 채무보증(매입보장·신용보강)을 해주고 그 대가로 보증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시행사에 직접 대출하며 이자수익을 얻기도 한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수익은 전체 IB 수수료수익의 50~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수익이 큰 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부동산금융의 위험노출(익스포저)은 사업단계별로 △브릿지론(사업 초기 단계 대출) △본 PF(실제 공사 단계 대출) △Non-PF(완공 단계 대출)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본 PF 이전에 계약금·토지잔금대출, 사업비대출·인허가, PI(자기자본투자) 등을 받는 것을 뜻한다. 브릿지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 PF로 전환하는 것이다. 본 PF로 나아가지 못할 경우 유동화증권에 대한 만기연장·자금회수를 집행해야 한다. 시행사가 현금 부족으로 상환에 실패하면 채무보증을 선 증권사가 손실을 떠안는다.
 
광고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금리 상승과 건설공사비 증가 등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닥치면서 유동화증권 발행시장이 경색된 것이다. 단기 유동화증권을 차환(만기된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것)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채무보증을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증권사들이 다음 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떠안아야 할 유동화증권 차환 발행 규모는 총 75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신용보강·매입보장을 약정한 단기 PF ABCP·ABSTB의 만기 규모는 △11월 10조7297억 원 △12월 9조7574억 원 △내년 1월 10조7618억 원 △내년 2월 9조3566억 원 △내년 3월 9조4421억 원 △내년 4월 8조668억 원 △내년 5월 9조2568억 원 △내년 6월 8조3995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 증권사 및 건설사 신용보강 만기도래 PF 유동화증권 현황. [자료=NICE신용평가]
 
차환에 실패한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 자금을 투입해 ‘발등의 불’을 끄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8일 만기가 도래한 뉴트리니티완주제일차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ABSTB를 전부 사들였다.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 가운데 같은 달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 돼 자체자금으로 막았다.
 
이명준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유동화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발행시장의 유동성위기가 각 거래참가자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되는 현상이다”며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발행의 중단에 의한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10·11월 차환발행 물량이 집중돼 있고 현재 차환발행되고 있는 PF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고 있는 현상은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사, 채무 변제순위에서 중·후순위에 배치
 
단기자금 경색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PF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체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4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브릿지론·본PF) 비중은 38%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중형사(자산 1조~3조 원) 9곳과 소형사(1조 원 미만) 6곳의 비중은 각각 평균 50%로 대형사 9곳(3조 원 이상)의 평균 비중인 38%보다 10%p 이상 높았다.
 
사업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만 따지면 더 심각했다. 중형사·소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각각 18%, 19%로 대형사(10%)의 2배에 달했다. 증권사별로 하이투자증권 48%, BNK투자증권 35%, 현대차증권 31%, 다올투자증권 31%, 교보증권 29% 순이었다.
 
중·소형사는 채무 변제순위에서도 중·후순위로 배치됐다. 대형사의 중·후순위 비중은 40%인 데 반해 중형사는 77%, 소형사는 68%로 높았다. 브릿지론의 후순위성 투자는 대체로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고 사실상 부동산개발사업에 지분(equity)성 투자를 한 것이기에 사업 진행 여부에 따라 손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토지가 경매·공매될 경우 중·후순위 익스포저는 전액 손실될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신용평가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담보가치가 일률적으로 30% 하락할 경우 대형사는 평균적으로 자본 대비 3%의 손실 밖에 발생하지 않지만 중·소형사는 자본 대비 손실률이 평균 12% 수준으로 드러났다. 브릿지론이 많은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20~30%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 증권사 브릿지론 익스포저 현황. [자료=한국신용평가]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고수익 추구, 영업력 신장, 제한된 자본력 활용 등의 이유로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해 부동산금융 전반에서 높은 위험인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중·후순위 브릿지론은 부실화 발생 시 전액 손실 위험이 커 브릿지론의 회수 추이 및 건전성 저하 여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단기자금시장 조달 어려움으로 현금성자산을 상회하는 보증 이행이 필요해지면 2차 효과(보유자산 매각)로 인한 자산 매매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일부 증권사는 현금성자산 대비 채무보증 이행액 비율이 40%를 상회하고 현실적으로 PF 채무보증만 놓고 봤을 때 채무보증 이행액 비율이 코로나19 위기 당시인 13.1%보다 높은 20%를 상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중 △채권안정펀드 재가동 △회사채·CP 매입여력 확대(금융사 포함) △한국증권금융의 추가 유동성 지원 등이 증권사의 단기유동성 대응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한 지급보증 의무 이행을 확약한 점도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대한 우려를 일부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전망이다.
 
업계는 유동성 공급의 전이효과와 지속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유동화증권 등 단기성 채권의 만기가 단기간 내 집중돼 있어 재원을 조속히 확보해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이번 대책이 우수한 신용도의 채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유동성 대책에 따른 효과가 중·소형사의 유동성 안정화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근 우량한 신용도의 채권 수급도 악화된 상황이기에 대책에 따른 채권 시장 안정화가 중·소형사 유동성 위기 해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소형사의 경우 자본력과 계열 지원 등을 통한 자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위기 시 유동성 대응력이 취약하다”고 전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주목적은 PF ABCP의 차환 리스크 축소와 증권사의 채무보증 이행에 대비한 일시적 유동성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부동산경기 냉각에 따른 PF의 신용위험이 본질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고 우량한 PF 사업장 혹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고 주장했다. 이어 “PF 보증지원 조치도 우량 사업자에 대한 본 PF에 한정돼 있으므로 비교적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 혹은 브릿지론의 경우 간헐적인 부실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50,019 ▶
어제 162,476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