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밀한 국가전략 수립할 ‘싱크탱크’ 그룹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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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국가 대전략’도 없는 암담한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
‘우물 안 개구리’ 한국 정치 시스템 근본적 개혁 불가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24 09:12:45

미국 하원에는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중국 공산당을 제압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지속 유지하기 위한 조직으로 여야(與野)를 떠나 미국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국가관을 엿볼 수 있는 척도다.

우리 국회의 경우 이번 회기에 통상적 분과위 외 특별위원회로는 형사사법체계 특별위원회를 필두로 연금개혁, 정치개혁, 인구위기 등 총 8개가 있다. 물론 포괄적 의미에서 포함될 수도 있으나 사실상 ‘국가 대전략’에 관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정작 17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는 ‘천공’이라 불리는 도사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루머가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이는 곧 진실게임이 되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고, 결국 경찰의 휴대폰 위치 추적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도 100여 년 전 조선의 민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 정치의 수준을 어떻게 해야 끌어올릴 수 있을까?

강대국의 조건, 치밀한 국가안보전략과 이행 능력

서두에서 언급한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 소속인 로 칸나(민주당) 미하원의원을 필두로 한 미의회 대표단은 19일부터 5일간 대만을 방문했다. 칸나 의원은 “미국과 대만 간의 공유된 가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역시 “대만과 미국은 군사·방위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중국 공산당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고 어떠한 총통도 없다”며 대만의 자주권을 무시하는 강도 높은 반발을 표출하기에 이른다.

때를 같이해 20일 조 바이든 미대통령은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5억 달러(약 6485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를 약속하는 한편 “미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핵무기통제조약)’ 참여 중단선언에 이어 우크라이나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의 순간, 미국 대통령이 전장의 한복판까지 직접 가서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실로 대단한 파급효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별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그리고 미국의 결속력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푸틴의 영향력을 일순간에 잠재워버린 ‘고도의 전략적 행위가 치밀한 각본’ 속에 이뤄졌다. 결국 푸틴이 그토록 싫어했던 ‘우크라이나의 서방화’는 그의 섣부른 오판과 전쟁 도발로 현실화됐다.

한편,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방문하고 미의원 대표들은 대만을 방문하던 그때, 독일에서 개최된 ‘제 5계절’이라는 카니발행사에서 ‘피가 가득 찬 우크라이나 국기 모양의 욕조 안에 누워 있는 벌거벗은 푸틴의 조형물 행진’ 사진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푸틴은 그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국가 운영은 개인의 감정이 아닌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국가 대전략’에 기반을 두고 여야 대결이 아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정교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우리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일촉즉발의 동북아 정세 속 대한민국의 선택은

이러한 일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21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겉으로는 러-우 전쟁의 중재라고 말하고 있으나 뒤로는 군사지원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람 이매누얼 주일 미대사는 NHK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신뢰성 있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언급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8일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광활한 유라시아 전역의 패권을 차지하려 했던 러시아의 쇠퇴는 곧 레닌·스탈린 시절부터 내려오던 전통적 통제력을 벗어난 중국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첫 시작이 될 수도 있는 대만 강제 복속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대만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했으며, 역내에서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일본과 호주, 그리고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결합체인 ‘오커스(AUKUS)’, 그 뒤에는 서방 정보기관들의 결합체인 에셜론(Echelon)을 기반으로 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도 존재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

다만, 이 같은 시점에서 미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마커스 국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대만 지원 여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 결정에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국제사회 최대 현안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급박히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 정치인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오직 내년 총선에 모든 정신이 팔려 있는 그들에게 이처럼 중차대한 결정을 맡겨도 되겠는가? 참으로 우려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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