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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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북한군 귀순… 대북 확성기의 영향 추정
리일규 北대사관 참사 탈북은 엘리트 동요 증거
尹대통령의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수용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2 00:02:02

김정은 북한 정권의 억압적 사회 통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북한군 1명이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20일 귀순했다. 앞서 8일에는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를 통해 귀순하는 등 북한 주민의 연이은 탈북에 대북 확성기의 영향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북한의 허상(虛像)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붕괴된 배급제가 회복되지 못해 북한 주민 70% 이상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다. 백두혈통 기반의 영도 체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인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리일규 주(駐)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가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탈북했다. 엘리트급 인사일 뿐 아니라 북한의 최고 우방국 중 하나였다가 최근 한국과 수교한 쿠바 근무 외교관의 탈북이었기에 관심을 모았다. ‘넥타이 꽃제비’로 불리는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 러시가 북한 내부에서 반향을 일으킬 경우 또 다른 ‘핵심 계층’의 연쇄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유엔과 미국 등의 강화된 대북 제재로 경제난과 당국의 통제 강화 등이 심화되면서 북한 엘리트층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 외교관들의 탈북 사례가 계속되는 것은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끼는 엘리트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다.

2016년 8월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탈북했다. 2019년 7월엔 조성길 주 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2019년 9월엔 류현우 주 쿠웨이트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각각 탈북했다.

북한 땅에서 직접 탈북하는 것은 코로나19 국경봉쇄 기간 등을 거치며 당국의 통제 강화로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에 입국하는 전체 탈북인 수도 2003∼2011년에는 연간 2000∼3000명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67명, 지난해에는 19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번 병사들의 귀순 탈북에서 보듯 접경지역 주민들의 탈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분명하다. 극심한 경제난과 숨 쉴 틈 없는 철통 통제에 주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폭우에 압록강변 제방이 터져 도시가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수해가 발생했음에도 장비와 물 자 부족으로 제대로 된 조치를 못하고 있는 등 북한의 실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설상가상 신의주시는 주민들에게 여맹과 각 기업소 등 여러 조직을 통해 수재민에게 지원할 옷가지·생필품·보수 자재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1인당 북한 돈 2~3만원(미화 1.3~2달러)을 내도록 했다. 당장 자기 자신의 식량을 구할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주민들에게는 이런 징수가 큰 부담이 되고 있어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라고 한다.

이러니 기회만 되면 탈북을 노리고 있는 게 북한의 실정임에도 김정은과 권력층의 호화생활엔 변함이 없고 이런 것이 주민의 위화감을 키우고 있다. 탈북인 증가는 북한 주민의 동요를 부르고, 체제 균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뿐 아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이끌 견인차로 작용할 수 있다. 탈북 행렬이 이어지면 북한 체제의 경제적 기반이 약해지고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주민 통제와 핵·미사일에 의존하는 선군(先軍) 정치, 그리고 정권 위협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으로는 체제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핵을 내려놓고 남측과 대화하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79주년 광복절에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를 제의한 바를 수용하는 게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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