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일리 전 유엔대사 “대만, 유엔 정식 회원국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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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서 열린 태평양 안보포럼서 밝혀
“같은 테이블 앉을 권리 있어… 서구·亞 단결” 강조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2 17:55:37

▲▲ 대만(중화민국)을 방문 중인 니키 헤일리(가운데)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대만의 유엔 가입 정당성을 발언해 주목된다. 연합뉴스

대만을 방문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1일 “대만이 유엔(UN) 정식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고 22일 타이베이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태평양 지역 안보 관련 포럼에 연설자로 참석해 “유엔이 더이상 대만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대만 여권으론 (유엔본부) 건물에 진입조차 못 한다는 사실을 유엔 대사 근무 시절 알게 됐다. 2400만 인구의 대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이 세상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라이칭더 총통 등 대만 측 참석자들을 향해 “세계 국가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모든 권리가 있다”며, 미국 정부를 겨냥해선 “대만 지위를 세계 무대에서 격상시킬 것”을 촉구했다.

미 동북아 전략의 문제점을 일깨우는 역사적 발언이다. 1940년대 중화민국 장졔스 총통의 국민당이 항일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산당과 합작할 때 미국이 적극 말리지 않았다. 공산당 이해가 부족했던 영향이 크다. 결국 패퇴해 있던 마오쩌둥의 공산당을 기사회생시켰고 이후 세계사의 향방을 갈랐다. 중화민국은 1945년 창설된 유엔의 창립 멤버였지만,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에서 합법적 권리를 가진다고 결정한 결의2758에 따라 회원국 지위를 상실한 이래 ‘대만’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중화민국이 가졌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넘어가게 한 것, 소련을 고립시키고자 중국공산당과 손잡고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도 미국이다. 미국이 이젠 중화민국의 역사적 복권(復權)을 가능하게 할 전망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의 선택들 역시 결코 쉽고 당연해 보이진 않았었기 때문이다.

대만은 중화민국 명의로 유엔 재가입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매번 무산됐다. 라이칭더 정부 출범을 전후해 군사적 압박 수위가 부쩍 높아져 현재 일촉즉발 대만해협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의 하나다. 중국의 2027년 이전 대만침공 가능성이 관측돼 온 가운데 이날 헤일리는 “중국이 침공하기까지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며 “우리가 지금 필요한 조처를 하면 중국이 전쟁 개시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유럽·아시아 동맹국들의 단결 필요성도 강조했다. 헤일리의 연설 내용에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노다 전 총리는 5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총회(WHA) 초청 대상에서 대만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며 “중국이 반대해도 대만의 옵서버 참석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 시절 2017년 1월~2018년 12월 유엔 주재 대사로 근무했다. 올해 초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마지막까지 경쟁한 이래 거리를 뒀으나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 찬조연설자로 무대에 선 바 있다. 이번 대만 발언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이 주목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