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칼럼] 노인복지와 요양보호사 처우는 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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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0 00:02:40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65세 인구가 1000만 명 선을 넘어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이에 따라 이전부터 다양한 노인 보호 및 요양 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균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특정 질병이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돌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 제도와 요양원, 요양병원, 주·야간 노인복지센터, 재가요양보호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일반 간병인들과는 달리 국가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을 거쳐 선발되며 이론과 실기·현장 실습 등 320시간의 의무 교육을 마쳐야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요양병원·노인복지센터·재가 요양·간병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에서 지급된다.

국내에는 그동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구가 200만 명이 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약 70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그중에는 집에서 직접 노부모 또는 배우자를 돌보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 가정을 방문하여 돌보는 재가요양 업무 종사자가 많다. 이와 달리 요양원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에서 요양원은 요양 대상 노인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노인 5~7명을 요양보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요양원 대부분이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법정 인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요양보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치매나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요양원·요양병원 입소 노인들이 제대로 된 양질의 요양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살펴보면 고된 노동 대비 열악한 처우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이며, 요양시설별로 조금씩 더 지급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요양보호사들은 시급으로 임금이 정해지며,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한 달 임금은 요양원 등의 시설에 따라 세전 230만~25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요양보호사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치매노인들을 돌보면서 식사를 돕고, 목욕·기저귀 갈기·위생관리 등 각종 궂은 일을 하는 간병 업무에 시달리며 하루 10만 원도 못 되는 임금을 받고,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하는 노인 수도 5~7명이나 되는 것이 요양보호사들의 현실이다. 이것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봉사정신이 없으면 이런 월급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양보호사들이 오히려 일도 수월하면서 일당 15만~20만 원을 받는 일반병원 간병인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정부 관계자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제도까지 운영하려는 것 또한 이 같은 문제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허용하고, 국내 체류 동포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장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법무부는 실제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처음으로 특정 활동 비자(E-7)를 발급했고 이들이 노인요양시설인 장기요양기관에 취업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이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국내 요양보호사 업계는 이러한 정책이 ‘밑자리 돌을 빼내 윗자리 돌을 채워 넣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현장에서는 각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노인들을 상대해야 한다. 또 시대적 문화 차이에서 오는 이해력과 한국 문화 특유의 노인 공경문화에 대한 공감력이 필요하다. 특히 뛰어난 한국어 능력과 의학적 상식을 기본적 요건으로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대학 수업을 받으며 몇 년 동안 생활했다고 해서 이러한 능력이 쉽게 갖추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지역 내 소재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라 할지라도 지역 내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하고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 동포인 조선족들도 마찬가지다. 조선족들을 요양보호사로 대거 양성한다고 해도 이미 조선족 간병인들로 인해 각 병원이나 요양병원과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누구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인데 정부가 이 같은 어리석은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노인복지를 위해 열악한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길이 현장의 부족한 요양보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 될 것이다.

박용준 편집국장 py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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