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은 반도체의 가치를 알기라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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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반도체는 미래 좌우할 국가안보 산업
주 52시간 규제 해제를 “위헌” 운운하는 민주당
TSMC 일본 공장 ‘광속 공사’로 ‘전율’의 성장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0 00:02:01

인공지능(AI)시대 반도체는 최첨단 산업의 핵심이다. 단순한 기업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안보 산업이다. 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국회에서 입법을 논의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 가운데 당장 52시간 근무 예외를 명문화하는 게 시급하다.

반도체 등 핵심 기간산업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국가 핵심 산업의 연구개발(R&D)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런 식으로 칼로 무 자르듯 정량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근무의 관성과 가속이 필요한 기술 인력들의 연구 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첨단산업의 ‘쌀’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이 얼마나 허구이고 국민 눈속임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반도체법 처리가 무산된 17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에 대해 “후진적” “비상식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반대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액 연봉을 받는 반도체 R&D 직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주 52시간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야당은 “위헌” 운운하면서 반도체법을 막은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당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조항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리감독자 등과 관련한 근로조건과 근로시간에 대해 시행령에 위임하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건 과도한 주장이자 무지의 소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를 놓고 여야가 갈라지면서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산업용수와 전력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주는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한없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업계에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대만 양국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다. 한때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했지만 일본 반도체산업 몰락과 함께 ‘갈라파고스’로 전락한 규슈 지역이 TSMC 공장 개소 1년 만에 ‘실리콘 아일랜드’로 부활하고 있는 게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TSMC가 진출을 결정한 2021년 이후 규슈 지역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는 100건을 돌파했고, 투자액은 5조 엔(약 47조5000억 원)을 넘었다. 양배추 밭이었던 공장 주변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TSMC 공장을 붙잡기 위해 1공장 건설비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 엔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TSMC도 1년 365일 내내 24시간 ‘광속 공사’를 해 5년 걸릴 반도체 공장 공사를 20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그 결과 1공장은 가동 시작 10개월 만인 지난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실로 지켜보는 사람을 전율케 하는 속도다. 일본을 밀어낸 한국 반도체산업은 도리어 위기다. 주 52시간 근무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두고 여야 합의가 늦어져 반도체특별법조차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답답한 실정이다.

우리의 미래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 시장 친화적 기술이전 및 사업화 활성화, 연구개발 정부 지원 강화 등이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경쟁력은 미래 먹거리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국회와 정부·산업계가 이공계 인력 양성과 법과 제도 보완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그 뒷받침은 최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규제 혁파에 있다. 시장 변화를 사업모델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법과 제도 등은 자유시장경제의 걸림돌임을 직시하고 시급히 개선하길 촉구한다. 무엇보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기업친화적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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