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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수술 시급한 K의료(上-붕괴위기 필수의료)
‘빅5병원’에 뇌출혈 수술 의사 달랑 2명뿐… “필수의료 붕괴막아야”
의료계 문제 핵심은 ‘저수가와 기형적 의료전달 체계’
간협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의사 수 부족 때문”
공공의대 설치 후 의사 수 증원 vs 저수가·기피과 지원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29 00:07:00
최근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업무중 뇌출혈로 병원에서 쓰러졌으나 제대로 된 수술울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 여파로 대한민국 의료 체계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대한민국 의료현장 24시’로 선정하고 의료계 전반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3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대형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을 받고도 결국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그를 제대로 수술할 수 있는 담당 의료진 2명은 모두 연수와 출장중인 상황이었다. 이후 응급의료계 만성적 의료진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장혜원·양준규·신성수 기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뇌출혈 사망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해 현장에서는 ‘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제도개선 보다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처우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성적 필수의료계 의사 부족 문제를 푸는 대안으로 건강보험 수가(酬價·의료 서비스 비용) 현실화와 ‘의사 수 충원’이라는 양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저수가 문제 해결 없으면 응급의료 공백온다’… 의사들 한 목소리
 
28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을 계기로 중증 응급환자 의료진의 휴가 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선 현장에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불만섞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증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모두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휴가마저 감시하겠다는 발상은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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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4일,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 후 사망한 사건이다. 이 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 3명이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해왔지만, 숨진 간호사에게 필요한 수술(클립 결찰술)이 가능했던 교수 2명은 해외연수와 지방 출장으로 사건 당일 병원에 없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담당 의사의 해외 출장과 지방 학회 참석 등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병원에서 해당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2명 밖에 없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어렵고 힘든 뇌혈관 수술 인력은 이른바 국내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로 꼽히는 병원이더라도 2~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소 병원과 지방 병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조차 의료진의 뇌출혈 응급상황을 막을 수 없었던 대한민국 의료의 현주소에 대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면서 “전체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분야, 필수 과(科)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필수의료계가 담당하는 주요 사망률 질환은 암, 심장, 뇌혈관 등으로 소위 기피과가 이에 해당되며, 매년 과마다 전공의 정원 미달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의대생들이 신경외과를 지망하더라도 뇌혈관 수술 분야 대신 돈벌이가 되는 척추질환 전공으로 몰린다는 것이 현직 의료인들의 귀띔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의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빅5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문의 A씨는 “수가 삭감을 하고 의료 소송을 거는데다 휴가도 못 가게 하는데, 누가 중증 응급의사를 하려고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닥터헬기 도입’으로 유명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도 2020년 은퇴를 선언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 (외상센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센터장은 “고질적 저수가에 적자운영 구조가 뻔한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병원 측이 꺼리며 자신의 지명도만 이용하려 했을뿐”이라며 개선 가능성이 안 보이는 의료계에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연이어 지적돼온 ‘의사 과로사’ 문제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최근 몇 년간 과로로 여러명의 의사들이 세상을 등졌다. 2019년 설 연휴에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부터 같은 해 설연휴 전날 인천 길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하다 세상을 뜬 소아과 전공의 A씨, 지난해 이유상 군산의료원 공중보건의, 2018년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송주한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지난달 27일 끝내 세상을 하직했다. 전언에 의하면 이들 모두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 보건복지부는 8일 이기일 제2차관이 서울 시티타워에서 의료계, 전문가들과 만나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경위를 청취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회의 장면.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적 원인으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와 생명에 직결된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를 꼽고 있다. 결국 의사들이 이같이 힘든 분야를 피하며 미용·시술 등 비급여 분야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산병원 사망사건’의 중심에 있던 신경외과계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본질은 ‘만성적인 저수가로 인한 뇌혈관 전공 기피 현상’이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 필수의료계는 조만간 거대한 의료 공백 위기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등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열린 것도 주목할만하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그리고 비뇨기과·흉부외과로 규정되어 있는 필수의료과에 신경외과를 포함시켜 국가적 차원에서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필수·응급의료와 관련한 의정협의체에 뇌혈관 의료를 대변할 수 있는 학회를 포함해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날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는 “개두술만 하는 내 의료이익은 -4%로, 원가의 104%를 소진한 것”이라며 “10시간 이상 수술하고 수십일을 입원하는 환자에게 수많은 검사, 의료행위를 한 결과는 적자”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 이사는 이어 “의사들도 전공 선택 시 삶의 질을 고려하는 시대다. 더 이상 젊은 의사들에게 희생과 헌신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신경외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병원마다 최소 3명의 전문의가 교대로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신승훈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정책이사(분당차병원)는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 최소 3명이 교대 근무해야 중증 응급 뇌혈관 질환에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계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비판한다. 어렵고 힘든 수술을 해도 보상이 턱없이 적으니 의사들이 이런 분야를 기피해 관련과의 의사 충원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의대 설립 후 의사수를 증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의 자료를 토대로 현재 대한민국 의료 수가 수준을 파악하고, 적정 수가 산정을 위해 ‘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널리 통용되는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과 의료기관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 도출 결과인 이 연구에 따르면,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은 전체적으로 78.4%에 불과했다. 진찰료, 입원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등 의사 및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와 관련된 수가는 50~80% 수준이었다.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났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국별 의료 수가 비교 평가’ 자료에서 미국의 수가를 100으로 가정할 경우, OECD 국가 평균은 72였고, 한국은 48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 기고에서 “저수가가 만들어낸 두 번째 문제점은 비급여 의료 행위의 증가”라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포함되는 진료, 즉 급여 진료 행위는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기관들은 가능하다면 손해를 피하고자 비급여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응급의료 전문의 양성할 공공의대 필요해’ 의사 수 증가 필요 여론↑
 
일각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이후 의대 정원은 매년 3300명으로 고정됐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6.6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데 비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의료비 지출 규모는 7.6%로 OECD 평균인 8.9%에 비해 훨씬 낮았다. 1회 평균 의료 비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아 ‘박리다매식’ 수가 구조라는 것인데, 이는 의료진 과로로 이어지므로 의사 전체 숫자를 늘리자는 취지로 보인다.
 
대한간호사협회(간협)는 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 준 중대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의대 등을 통해 의사의 수를 늘림으로써 필수의료계에 적정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공의대는 2020년 문재인정부가 설립을 추진한 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의 줄임말로,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수준 격차 심화, 감염·외상·분만 등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 해소 및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연간 400명씩 늘리고 이와 별도로 약 50명 규모의 공중보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정부는 새로 증원되는 의대생 400명 중 300명을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뽑아 전액장학금을 지원하고 추후 지역의 중증·필수 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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