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생활과 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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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일 속에 명상이 있고 명상 속에 일이 있는 동네가 있다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10 11:03:46

아무래도 ‘명상 생활’을 하면 함부로 욕심을 부리지 못할 것 같다. 온갖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고, 화가 나더라도 점잔을 빼야 할 것 같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 앞에서도 ‘내가 마음을 비워야지’ 하면서 모른 척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손해를 감수할 만큼 내가 한가한 처지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언젠가는 나 또한 몸도 마음도 비우고 겨울 나무처럼 훌훌 털어야겠지. 지금처럼 이렇게 살다간 인생이 통째로 망가질 것 같아. 그깟 돈 몇 푼 벌겠다고 새벽 같이 일어나 터질 것 같은 심장 부여잡고 달려서 회사에 ‘세이프’하고, 상관 눈치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후배들 눈총 맞으며 열 받는 생활. 이거야 원, 돈 때문에 목숨 삭감하는 짓 아니고 뭐냔 말이지. 으아악!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어.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100세 시대라잖아. 자식한테 손 벌리지 않을 정도는 준비돼 있어야지. 어차피 망가진 수레 같은 몸뚱이를 자식이 건사해 줄 리 없고, 내 발로 요양원 가서 간병비도 내가 해결하는 거 아니겠어? 할 수만 있으면 손자 녀석 학자금 정도는 남겨두고 가야 ‘직전 조상’을 한번이라도 더 기려주겠지. 그러니 몇 년만 더 벌자. 명상인지 몽상인지는 시간도 남고 할 일 없을 때나 하는 거지 뭐!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있는 게 어려운 일이겠어?

이런 말이 기성 세대 남성의 대표 발언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명상 수련장에 가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수가 절대 우위다. 경우에 따라서 다소 다르지만 40대 이상 60대 정도의 여성들이다. 이곳의 남성과 여성 비율은 점심시간에 ‘가격 좀 한다’ 하는 식당 손님의 성비(性比)와도 비슷할 듯하다. 이 비율은 거의 모든 문화센터나 각 지방자치단체에 즐비한 ‘배움방’의 비율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당신은 미루고 미국은 뜨겁게 서두르는 일

한국의 40대 이상 남성들은 여전히 돈 벌어서 처자식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밤낮 없이 뛰고 있을까. 미안하지만, 2023년 시점에서는 일반화하기 어렵다. 당신이 무의식 중에 만들어 놓은 ‘돈 다음에 영성’은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자기 기만이 뭔가. 일단 미루기. 대안도 없고, 목적도 없지만, 몰라몰라, 하면서 미루기 아닐까. 냉정히 말하면 관성이고, 하던 대로 말하면 개인적 관례다.

당신이 나름대로의 스케줄에 따라 ‘미루는’ 동안 미국은 뜨겁게 서두르는 게 있다. 명상이다. 2018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에 따르면 ‘명상 인구가 지난 5년 동안 약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기업 대표들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명상 인구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목의 중심에는 존 카밧진, 잭 콘필드, 앵글러, 크리스토퍼 거머, 로널드 시걸 같은 일군의 학자들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등의 유명 인사들 또한 명상 대중화의 중심에 서 있다.

명상하는 대중적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이다. 왜 알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활동하는 현역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는지, 저녁에 회식을 즐기는지 알 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바쁜 틈을 쪼개서 명상센터에 들르거나 혼자서 명상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다른 즐길 거리를 모르지 않을 텐데도 ‘명상’을 삶의 앞자리에 두고 있다.

명상 습관이 있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특징이 있다. 혼자서는 바쁘지만 여럿 속에서는 여유롭다. 혼자서는 즐겁지만 여럿 속에서는 즐겁게 해준다. 혼자서는 깎은 듯이 개별적이지만 여럿 속에서는 창문처럼 열려 있다. 자기 내면이 짹짹거리는 소리를 즐거이 듣다 보니 다수가 재잘거리는 소리도 잘 듣는다. 그리고, 대체로 잘 생겼다. 표정의 기본값이 ‘미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신은 ‘삶의 굳어진 방침’을 바꾸기 힘겹다. 이해한다. 지금은 좀 모른 척하더라도 언젠가는 귀향한 탐험가처럼 내 삶 또한 고즈넉해지겠지. 그동안 누구 못지않은 고충을 견디며 틈틈이 노력하고, 틈틈이 처세하고, 틈틈이 운동하고, 틈틈이 스트레스 해소해 온 가락으로, 그래, 조금만 더 뛰자. 돈 벌어야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보다 더 센 놈 있어?

다시, 실리콘 밸리에서 마무리 하자. 그곳은 요즘 직원 채용시, 명상수행 경력란이 일반화돼 있고 그런 직원들을 우대한다. 이제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명상수행 경력자의 감정 유연성, 집중력, 공감력, 이해력, 창의력, 관계성 등이 상대적으로 월등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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