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임금 가로채 자기채권 우선 회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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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삼성중공업 기성금 지급 거부로 하청업체 노동자 250여 명 임금체불 당해”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임금체불, 우리와 관계없어… 폐업으로 오히려 피해받아”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1 11:02:37

삼성중공업이 법령상 우선변제돼야 할 하청노동자 임금을 가로채 하청업체에 대한 자기 채무에 우선 변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하청업체인 창성기업이 지난달 17일 폐업을 공고하자 소속 하청노동자 250여 명에게 임금으로 지급돼야 할 기성금을 앞서 하청업체에 대한 자기 채무 변제를 위해 가로챘다.

기성금이란 건축이라든가 토목공사의 진척에 따라 공사비를 나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지회는 “하청업체가 폐업하자 삼성중공업이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지불해야 할 기성금을 자신들의 채무 변제를 위해 먼저 가로채서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창성기업에는 상용직 노동자 50여 명과 10개 물량팀 200여 명 등 25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폐업 발표와 함께 6월18일 지급돼야 할 5월 임금이 20% 체불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창성기업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일한 결과로 발생한 기성금을 삼성중공업이 창성기업에 지급해서 하청노동자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창성기업 측에 가불한 기성금이 많아서 해당 기간 발생한 기성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히자 하청업체 대표도 임금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임금채권보장법상 일반채권보다 임금채권이 우선변제돼야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임금채권 변제로 써야 할 기성금을 자신의 일반채권 회수를 위해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삼성중공업이 하청업체에 선지급해 돌려받아야 할 기성금의 법률적인 성격은 일반채권”이라면서 “즉 삼성중공업의 행태는 하청업체에 빌려준 일반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우선변제권이 있는 하청노동자 임금에 사용해야 할 기성금을 안 주고 가로채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중공업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기성금 가로채기가 정당화된다면 현재 기성금을 당겨 받아서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을 면하고 있는 수십 개 하청업체가 폐업할 때마다 원청은 마지막 달 기성금을 자신들의 채권회수를 위해 지급하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하청노동자는 임금체불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하청업체의 임금체불은 삼성중공업과 관계가 없다고 항변하며 하청업체의 일방적 거래 정지로 오히려 영업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협력사가 소속 하청노동자분들한테 임금체불을 한 것이기 때문에 임금 체불과 삼성중공업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협력사가 형편이 어려워 선의로 기성금을 먼저 지급했는데 해당 협력사의 일방적인 거래 정지 선언으로 처리해야 할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향후 상황을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