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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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여름이었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아랫목에 관을 놓고 흰 광목(?)으로 덮어 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 지나니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나중에 관을 옮길 때 보니 검은(짙은 자주색 같기도 했다)색 물이 흘러 아랫목을 적셔 놓았다. 닦으라고 해서 걸레로 닦으려고 갔는데, 기억하기 싫을 만큼 너무 힘들었다.
방바닥도 들고 일어나 있었고, 깊이 밴 냄새는 초등학생이 견디기에는 참으로 힘들었다. 여기에 흘러 있는 물(시체 썩은 물)이 ‘추깃물’이라는 것은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다만 그 냄새와 검은 무늬의 방바닥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종가에서 성장한 관계로 이러한 상가의 일을 많이 알고 있던 터라 친구들이나 교회에서 염을 해야 할 때면 필자를 불렀다. 어린 시절에 알지도 못하면서 염도 여러 번 했다. 교회의 할머니(권사)를 염하는데 미소 짓는 얼굴로 상당히 곱고 평안하게 누워 있었다. 이럴 경우 ‘조쌀하다’(나이는 많아도 얼굴이 곱고 깨끗하다)고 한다. 죽으면서 저렇게 평안할 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조쌀한 노인’은 감동을 주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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