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⑬ 대성식당] 전남 여수시 좌수영 음식문화의 거리에 있는 대성식당. 이순신 광장로 방향으로 중앙로 길목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냄새가 코끝을 적시며 광활한 여수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수 도심은 바다와 맞닿아 있어 배가 드나드는 모습과 정박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맛의 천국에 도착한 것이다.
삼치회의 본고장 대성식당
큰 대(大)와 이룰 성(成). ‘큰 성공을 이룬다’는 의미의 대성식당은 큰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코앞에 바다를 두고 있어 식재료가 신선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대성식당에는 대를 이은 삼치회 요리로 ‘가문의 영광’을 이룬 1·2대 모자가 있다. 대성식당은 김정연 대표의 어머니가 창업했다.
“대성식당은 저희 어머니가 1986년도에 정식 식당 허가증을 발급받았는데 실제 영업은 그 이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식당 운영 허가를 취득한 이후 햇수로 45년째가 됐습니다. 어머니가 당시 공기 좋은 곳에 터를 잡았는데 식당 근처의 어획량이 풍부하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생선을 공수할 수가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는 삼치회를 주메뉴로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당시에는 물가가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당연히 판매가도 저렴했어요. 그렇다 보니 손님도 낮은 가격에 풍성한 양의 요리를 맘껏 즐길 수 있었죠.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실 때만 해도 장사는 성황을 이뤘고 식당은 손님으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답니다.”
선어회 시대의 개막
대성식당의 주(主)메뉴는 삼치회 요리다. 삼치는 선어회로 즐겨 먹는 대표 생선이다. 그래서 여수는 일품의 삼치 선어회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1세대 김 대표 어머니 시절엔 선어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 뜨기 방식에 불과했다.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시던 시기는 선어회 방식이 친숙하지 않았던 시절이에요. 대신 살아 있는 생선을 즉살해 뜬 활어회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상태였죠. 선어회는 피와 내장을 제거해 유통 횟감으로 만든 생선회 요리예요. 대표적으로 △삼치 △참치 △민어 △방어처럼 크기가 큰 어종은 수중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금방 죽어요. 이 특성 때문에 보통 선어회로 유통되는 생선은 산지에서 소비하거나 냉동 형태로 운반합니다. 여수에서는 활어를 손질한 뒤 얼음과 함께 저온 숙성시켜 선어회로 먹는 방식이 자랑스러운 식문화로 자리매김했어요.”
흔히 활어회는 횟집 수족관 물고기를 회 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족관 안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 회를 뜨면 활어회인데 이 활어와 대조되는 선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요. 그래서 선어회는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피를 닦아 낸 상태에서 얼음에 묻고 저온에서 4시간 정도 숙성을 합니다. 생선의 지느러미·꼬리·머리 부분을 제거한 뒤 뼈와 살을 분리해 살코기를 추리면 선어회가 식탁에 올려질 준비를 마치게 돼요.”
김 대표는 선어회의 매력으로 “선어 상태로 운반해 생선회로 먹으면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의 활어를 재빨리 손질해 내장과 피를 빼낸 다음 얼음과 함께 저온 유통해 신선한 상태의 횟감으로 보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온 유통과정을 거치게 되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의 함유량이 많아지는데 아무래도 활어회가 신선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활어회의 소비량이 많았습니다. 최근 들어 식감 면에서 쫀득하니 씹는 맛이 강한 활어회보다 부드러움이 극대화된 선어회의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상태가 중요한 활어회는 섭취 시 주의를 요한다. “활어회는 살아 있는 생선을 활용해 선도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조리 과정 없이 섭취해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활어회는 한 번 씹어 바로 넘기기보다는 여러 차례 씹으며 음미하는 과정을 거쳐 탱탱하거나 쫀득한 식감이 두드러지지만 선어회는 기본 손질을 거치게 되면 냉동 처리를 하지 않아도 부드럽습니다. 입안에서 머문 흔적을 남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선어회를 단 한 번이라도 맛보신 분들은 헤어나기 어렵다는 표현을 하시죠.”
대성식당은 가족 승계 사업으로 김 대표가 식당에 들어오며 2세대 국면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대를 이으려는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홀로 식당을 차리고 주방과 홀까지 감당하면서 운영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식당 운영에 손을 대게 되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일생의 대부분을 식당에 헌신하셨죠. 오랜 세월 홀과 식당을 모두 전담하면서 식당을 운영해 왔어요. 그간 어머니가 오롯이 감당해 온 일손 부족이라는 커다란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2003년 본격적으로 2세대로서 가업을 잇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요리 방법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성식당의 메뉴는 대표적으로 △삼치회 △갈치조림 △서대회무침 3가지로 압축되는데 김 대표는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위 3대 메뉴라는 설명을 보탰다.
“언급된 메뉴를 개별 주문해도 맛있는 한 끼 식사가 가능하지만 이 가운데 함께 먹으면 더 좋은 메뉴 조합이 있습니다. 갈치조림과 서대회무침이 만나면 최고의 궁합이 탄생하게 됩니다.”
대성식당에서 특별식으로 선보이는 삼치회를 잘 먹는 방법은 필수 상식이다. 삼치회는 여수 지방에서 높은 신선도로 특별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대성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다고 자부하는 요리입니다만 삼치회는 대성식당에서 드시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어요. 삼치회는 신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제일인데요. 회를 한 점 들어 어머니 때부터 전해진 비법 간장양념 소스에 푹 적신 뒤 김 한 장 위에 놓고 갓김치를 포개 마무리하면 입안에 넣는 순간 살포시 녹는 최적합 비율이 탄생합니다. 대성식당표 비법 소스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별미인데요. 어머니가 직접 배합해 만드셨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소스죠. 이 소스에 회를 푹 담그면 회에 감칠맛이 고루 배는데 이 과정이 일품의 맛을 만들어 냅니다.”
“삼치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갓김치를 적당히 곁들이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 주면서 조화를 끌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삼치회를 드시는 손님에게는 음식을 제공할 때 삼치회를 잘 먹는 방법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 한 장을 들어 그 위에 양념장을 머금은 삼치회를 놓고 위에 갓김치를 놓으면 완성되는데 쉽게 표현하면 쌈처럼 포개 한 입에 넣는 방식이에요. 삼치가 본래 보유한 기름기 때문에 쉽게 질릴 수 있는 맛을 개성 있는 식재료를 첨가해 새로운 합을 만들어 낸 것이죠. 삼치회를 보다 오래 음미할 수 있도록 특별 고안해 낸 대성식당만의 비책입니다.”
대성식당에서는 삼치회 정식만큼이나 서대회무침과 갈치조림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대회무침은 서대회·무채·양파·상추·막걸리·식초 등의 재료를 모아놓고 초무침을 하면 뚝딱 완성돼요. 갈치조림과 관련해서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갈치는 크기가 매우 큰 편인데요. 이를 조각내 다듬는 손질이 완료되면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고로 직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갈치조림 주문이 들어오면 냉동 보관된 갈치를 꺼내 양념을 입히는 거죠. 조리법은 계절별로 다른 데 우선 무 또는 감자를 깔고 육수를 낸 다음 싱싱한 갈치살을 올리면 짜글이처럼 자작한 국물 요리가 돼요. 갈치를 살짝 덮을 정도의 칼칼하고 짭조름한 양념 국물은 훌륭한 밥도둑이 됩니다. 갈치조림에 넣는 고춧가루는 국내산 보성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있어요.”
3대 운영을 꿈꾸는 대성식당
“저희 대성식당은 1대인 어머니로부터 이어져 2세대인 제가 바통을 받아 이어 가고 있는데요. 세대를 이어 만들어진 역사를 오래도록 지켜 가고 싶은 꿈이 있는 만큼 어깨가 늘 무겁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요리 애정 유전자를 제 첫째 아들도 갖게 된 것인지 최근 큰아들이 대성식당을 3대째 가업으로 잇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식당 운영에 관한 관심도 기특한데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예비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죠.”
“큰아들에게 이왕 단단히 결심했다면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지금보다 향후 진로에 대한 견고한 확신을 가지고 식당 운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면 제가 습득한 모든 지식을 전수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저희 대성식당을 방문해 주시면 여수의 명물 삼치회를 최고의 맛으로 선보여 드리겠습니다”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2
감동이에요1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