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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먹기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필자가 졌다. 럭비를 하던 후배는 짬뽕 다섯 그릇을 국물까지 마셨다. 그때는 무식(?)하게 먹었지만 지금은 배가 고플 때만 곱빼기로 주문한다. 이제는 오히려 한 그릇 가지고 아내와 나눠 먹을 때도 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재간이 없다. 간혹 배가 부를 때는 양보다 맛으로 조금만 먹으려고 ‘맛기’로 주문하기도 한다.
‘곱빼기’란 ‘두 그릇의 양을 한 그릇에 담은 분량을 나타낼 때, 또는 어떤 일을 계속해서 두 번 거듭하는 것을 나타내는 데 쓰는 단어’다. ‘같은 일을 두 번 거듭할 때’도 ‘곱빼기’라는 표현을 쓴다. 이 ‘곱빼기’란 단어는 전에는 ‘곱배기’라고 표기했다. 그러나 맞춤법에서는 다른 형태소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것은 모두 ‘빼기’로 적기로 했기 때문에 ‘곱빼기’가 맞는 표기가 되었다.
‘맛빼기(양을 조금 줄이는 대신 특별히 맛을 낸 음식)’ 역시 과거에는 ‘맛배기’로 표기했다. 하지만 이제 새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라 ‘맛빼기’로 적어야 한다. 여기서 잠깐! 맛보기와 맛빼기는 의미가 다르다. 맛보기는 ‘시험 삼아 맛을 보는 일·맛을 보기 위해 조금 먹어 보는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특별히 맛을 낸 음식(맛빼기)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둘 다 맞는 표현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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