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부통령 만들기 막후… 실리콘밸리 거물 투자자들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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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지속 조언
향후 ‘정경유착’ 우려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9 17:08:39

▲ 15~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때 사흘째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 및 비전 발표 당시의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 실리콘밸리 벤처캐필털리스트 시절의 J.D. 밴스. 이곳 분위기답게 캐주얼 차림을 즐겼다. 트럼프 비판자이던 그가 2021년 상원의원 당선 후 직접 찾아가 사죄했으며, 근년에 패션도 트럼프풍으로 변했다고 지적된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미국판 흙수저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자전적 소설이자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힐빌리의 노래’ 이외에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막후 이야기 역시 눈길을 끈다.

밴스의 부통령 후보 낙점은 예고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13일(현지시간) 피격 사건 후 유리한 여론이 전개되면서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를 계승할 강경파’를 최종 선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게 가능하도록 만든 앞선 노력들을 28일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했다. ‘밴스 부통령 만들기’를 위해 조용히 움직인 실리콘밸리 일부 투자자자들의 이야기다. 밴스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온 사람들이라고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부통령 후보 발표 당일인 전당대회 개막 몇주 전부터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조용히 활약해 왔다. 트럼프가 테크기업인인 데이비드 색스를 비롯해 억만장자 벤처투자가 피터 틸·제이콥 헬버그 등과 여러 차례 통화했으며 자주 ‘밴스 지명’ 요청 내지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자신들을 대변할 인물로 밴스 상원의원을 골라 미리 공을 들였으며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들 보수성향 벤처사업가들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정책에 실망한데다 2020 대선 불복에 따른 2021년 1.6사태 등을 거치며 트럼프와 극도로 소원해진 상태였다. 트럼프가 선동했다는 1.6 관련 오해도 풀리는 한편 밴스를 계기로 이들 양측 관계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 출신으로 해병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벤처 캐피털에서 성공한 밴스 의원은 트럼프 진영 가운데 드물게 실리콘 밸리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예일대 로스쿨 클래스메이트이자 아내 우샤 밴스를 통한 인도 쪽 인맥도 앞으로 주목된다.

밴스는 부통령 지명 이전인 6월 색스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후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리버럴 색채가 짙은 이곳에서 이례적인 노력이었다. 특히 지금의 밴스가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온 투자자 피터 틸은 그의 멘토이자 그가 처음 해당 업계에 발을 들일 때 고용주이기도 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오픈AI의 샘 올트먼에게 투자해 남다른 안목을 입증한 틸이 밴스의 가능성에 일찌감치 주목해 일찍부터 물심양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틸은 밴스가 2016년 ‘힐빌리의 노래’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그의 정계 진출을 도왔으며 2022년 상원의원 출마 때도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선 승리로 밴스의 백악관 입성 시 틸을 비롯한 이들 배후 세력이 누리게 될 영향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실리콘밸리 출신인 밴스가 정치적 타깃이 되기 쉬운 테크기업에 방어막을 구축하는 한편 주요 정부 직위에 자신들과 이념을 공유한 테크 업계 인사를 밀어 넣어 강력한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WP에선 내다봤다.

규제에 특히 민감한 이들이 정책 결정에 이르는 손쉬운 지름길을 발견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정경유착’의 고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인 델 존슨이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글로벌리스트의) 엘리트주의와 반동적 견해를 주입하는 최고의 방법이 규제”라며 “만일 밴처 투자자들이 대통령에게 접근하도록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마약’이라며 ‘네버 트럼프 가이’(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남자)를 자처하던 밴스가 2020년 대선 때는 트럼프를 “생애 최고의 대통령”으로 극찬했다. 2018년 즈음 언론 인터뷰에서 ‘러스트벨트 백인 서민들의 좌절을 이해하는 유일한 정치인’으로서 트럼프를 재평가하게 됐음을 밝혔으며, 2021년 상원 의원 출마 뒤엔 트럼프를 직접 찾아 과거 발언을 사과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열렬한 신봉자임을 알렸다.

지난 몇년 밴스의 옷차림까지 트럼프풍으로 달라졌음에 착안한 보도도 나왔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스타일 밴스가 이젠 트럼프처럼 옷을 입는다’ 기사에서 지난 8년 사이 밴스의 정치 성향뿐 아니라 옷차림도 트럼프에 맞춰 완전히 달라졌다고 짚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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