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품절 대란… 안이한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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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걱정할 일 없다더니… 약국서 약 못 구해 국민 불안
한 달 새 입원환자 6배, 치료제 처방량 33배 증가
“상황 파악 못하고 팔짱”… 정부 늑장대응 비난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9 11:57:16

▲ 최근 코로나19 입원환자가 6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전국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은평구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조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유행에 치료제와 자가검사 키트 품귀 현상이 발생해 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물량 부족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약국가는 이미 품절 대란을 겪고 있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하고 후속 조치에 들어가야 했지만 두 달이 넘어서야 대응책을 세우는 질병청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약국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환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이들은 처방은 받았으나 약품이 없어 폭염 속에서 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A 약사는 “고위험군 코로나 환자에게 처방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가 동나 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은 아수라장인데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지나칠 만큼 평온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A 약사는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왔다는 환자까지 돌려보내야 하는 실정이고 어떤 환자는 처방전을 맡기고 가겠다는 환자도 있다”면서 “입고가 언제 될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는 못 해 드린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B 약사도 “보건소가 매주 두 차례 약품을 공급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일부 약국에만 소량의 물량이 배정되고 있다”며 “보건소 역시 이 상황을 질병청에 보고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관련 약품 품절 상황은 6월 말부터 조짐을 보였지만 질병청은 물량 부족을 부인해 왔다. 질병청은 8일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의 먹는 치료제의 재고가 동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청은 “현장에서 치료제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사용량과 재고량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도 주관하에 지역 내 실시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급 관리 물량을 시·도 단위에 추가로 공급하고 있다”며 “개별 약국과 병원은 정기 공급 물량이 도착하기 전에 치료제 부족이 우려될 경우 소재지의 보건소가 보유 중인 수급 관리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질병청은 코로나19 치료제 공급을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겠고 밝혔지만 환자 폭증으로 안정화 조치 역시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지역 C 약사는 “7월 신청 물량은커녕 보건소에서도 할당량이 적다 보니 선착순 배분은 물론 보건소로 약을 받으러 가는 상황까지 빚어졌다”며 “이마저도 약이 없는 지역에서는 특정 약국에 몰아주는 상황이고, 현재도 입고량이 ‘0’인 상태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여러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치료제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최근 한 달 반 동안 빗발치고 있지만 구하질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국가는 특히 고령층 환자들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실정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환자 수는 6월 말 대비 6배 증가했으며 치료제 사용량도 30배 이상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은 8월 말까지 치료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전국 약국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치료제와 자가진단 키트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도 치료제 처방에 대한 약사들의 우려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