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진료 면허’ 도입 강력 반발… 젊은 의사들 진로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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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말 의료개혁안 발표… “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과정 거쳐야”
의사들 “의료체계 대혼란… 의사 배출 급감할 것”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1 12:57:34

▲ 2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최안나 대변인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현안과 관련한 의협의 입장을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의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담보하기 위한 ‘진료 면허’(가칭)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의사들은 의사 배출을 막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현행 의사 면허 체계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독립적인 진료 능력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새로운 면허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인 양성체계를 살펴보면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취득한 면허로 별도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독립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바로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은 2013년 12%에서 2021년 16%로 증가해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들의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강슬기 복지부 의료인력혁신과장은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6년간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적으로 개원하거나 진료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많이 해왔다”라며 “ 미국·영국·일본 같은 주요 국가들은 의대 졸업 후에 추가적인 수련 과정을 갖고 변호사도 변호사법상 시험 합격 후에 6개월 동안은 수임을 제한하고 있어 의사의 진료 자격이나 면허에 대해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의사들이 의사 면허와 별도로 2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 진료 면허를 따야 한다. 미국은 3년간의 임상수련 기간을 거쳐야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고 캐나다에서도 졸업 후 2년간의 교육을 거쳐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을 통과한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해야 독립 진료 권한을 준다.

특히 진료 면허 도입이 단순히 수련 기간을 연장하거나 개원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과장은 “수련 과정의 혁신과 투자 강화를 통해 진정한 수련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수련을 거쳤을 때 독립진료 역량을 갖추게 하는 목표 아래 교육 기간이나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복지부는 보건의료 인력 수급 추계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대학 정원과 연계하고 지도전문의의 일대일 지도·다기관 협력 수련 등 수련 혁신 및 국가투자 강화·지역 수련병원의 상향 평준화 등도 추진한다.

의사 사회는 정부의 진료면허 도입 계획이 수련기간 연장을 통해 전공의를 착취하고 개원을 제한하며 의료취약지에서 의사들의 의무 복무를 강요하려는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 정책이 결국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을 몰아내고 의료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개원하려는 젊은 의사들의 진로를 가로막는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료면허는) 현행 면허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제도를 모두 어긋나게 해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보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현장에 환자 볼 의사가 없어서 2000명 늘리자고 하는 정부가 지금 당장 현장에 나올 의사를 막고 쫓아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료면허 제도는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많은 정책을 의협의 참여 없이 진행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끌고가는 것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향해 “특위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의협) 회원 여러분은 참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