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참전용사 對北 강경파 매스트, 외교위원장 오른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아프간戰에서 양다리·왼쪽검지 잃어… 부친은 주한미군 복무
“한국에서 복무한 모든 미국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한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2 07:37:51

▲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외교위원장으로 추천된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의원(플로리다)이 7월 미시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 단상에 오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생활해 왔다. 대북 강경파이기도 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에 참전용사 출신 대북 강경파인 44세 브라이언 매스트(공화·플로리다) 의원이 추천됐다.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10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출범하는 119대 연방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하원 운영위원회가 전날 비공개 회의를 열어 그를 선출했다. 하원 승인을 받아 향후 2년 외교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될 매스트 의원 역시 미 차기 정부와 함께 맞이할 여러 세계적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매스트는 공화당 운영위원회에서 의족을 착용하고 꼿꼿히 선 채 후보자 연설을 했다. “잘못된 외교 정책 결정이 왜 미군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스트는 아프가니스탄전쟁 참전 당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0년 폭탄을 밟아 양쪽 다리와 왼손 검지손가락을 잃으면서 12년 군복무를 끝내야 했다. 이 일로 대통령 수여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매스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측근 중 한 사람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등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 및 외교 기조 방향성에도 적극 동조해 왔다. 더힐이 “미국의 대외 무기판매를 검토 내지 차단하는 게 외교위원장과 간사의 주요 권한 중 하나”라고 짚으면서, 그러나 매스트가 이란의 위협을 막기 위한 핵심 파트너인 이스라엘이나 중동 동맹국에 대한 무기판매를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의 이력과 그간 언행에 비춰 합리적인 추론이다.

매스트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의회에 이스라엘 군복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동 내 유일한 ‘현대적 의미의 정상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드러낸 셈이다. 가자전쟁 발발로 일단 좌절된 상태이긴 하나 트럼프가 주선한 아브라함협정이나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외교정상화(국교수립 및 대사관 개설) 의미를 알면 미국 세계전략에서 이스라엘이 차지하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이해할 수 있다.

매스트는 미 의회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이기도 하다.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외교 노력으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김동철·토니김·김학송)이 석방되자 독자적인 환영 성명을 통해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은 약속을 어겨 온 역사가 길다. 과거 비핵화 회담을 핑계로 시간을 벌면서 핵무기를 계속 만들었다”, “이 악순환을 끊어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결의를 다져야 한다. 그래서 난 의회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돼 대북제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2022년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 매스트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의회가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악당 국가에 엄중한 제재를 가했다”는 것을 일깨웠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할 것 같지 않지만 난 하원 외교위 위원으로서 행정부 책임을 계속 추궁하며 국가안보야말로 최우선 과제임을 확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친이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군인 출신이니 만큼 매스트는 한반도 문제나 한국에 대한 관심도와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7월 소셜미디어 글로 한국과의 인연 및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DC 한복판의 메모리얼 파크 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조형물 사진과 함께 “한국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발자취를 쫓아 세계 최고 군대에 입대했다. 기념비에 새겨진 것처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복무한 모든 미국인들의 희생·헌신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트럼프2기 안보라인 핵심에 JD밴스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지명자 등 젊은 참전용사들이 집중 배치된 가운데 의회에선 매스트가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는 트럼프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과 함께 플로리다 출신이다. 매스크가 한때 루비오의 입각으로 공석이 된 플로리다 상원의원 자리를 채울 잠재 후보군에 있었던 이유다.

매스트의 외교위원장 발탁으로 트럼프 인사풀에 새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며느리 라라(차남 에릭의 아내)가 플로리다 상원의원 당선에 또 한 걸음 다가섰다고 관측된다. 이미 라라는 트럼프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자기 개인으로 평가해 달라며 공직활동 의지를 표명해 왔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업무에 역량과 열정을 발휘해 왔기에 능력이 문제시되진 않을 전망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